시중은행들이 부동산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 필요성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데가 유휴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용도 만만찮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자본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생산적금융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요구에 대응해 미리 실탄을 마련해두려는 목적도 작용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서울 소대 구 신중동역종합금융센터와 신당동종합금융센터, 대구시 소재 봉덕동, 둔산선사종합금융센터 등 4개 점포가 있던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매수자와 협상 중이다.
서울 금천구, 강동구, 영등포구, 동대문구 및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지점의 경우엔 한 차례 유찰돼 다시 입찰을 진행중이다. 소유하고 있던 합숙소 16개소에 대해서도 매각 입찰을 예고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 임대해온 신한 익스페이스 건물을 120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충북 충주시, 인천광역시, 경기도 안산시, 경상북도 영주시 등 4개 합숙소를 처분했다. 현재 서울 성수동에 있는 기숙사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처분과 재평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 3월 23개 지점에 대해 입찰을 진행한데 이어 8월엔 서울 잠실 구 갤러리아팰리스지점을 포함한 14개 지점의 매각 공고를 추가로 올렸다. 이중 영등포유통상가지점을 처분을 완료했고 여의도북지점도 매각 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찰된 부동산은 4분기에 입찰을 재공고할 예정"이라며 "다만 매각 목록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서는 건 비대면 금융 확산과 점포 통폐합으로 부동산을 직접 보유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무 건전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핵심 자본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에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력을 나타낸다.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은 100~150%의 위험가중치(RW)가 가산되는 반면, 이를 현금화하면 RW가 0%로 쑥 내려간다. 분모가 줄면서 CET1비율을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매각 가격이 장부가액을 웃돌 경우엔 실질적으로 자본 확충도 기대할 수 있다. 통상 은행들은 수십년전 구매한 자산에 감가상각이 상당부분 진행돼 장부가액이 낮아진 경우가 많다. 이때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처분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잉여금으로 들어온다.
특히 생산적 금융확대, 주주환원 강화로 높아진 자금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즉각적 수단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자본이 1조원 증가했다고 가정하면 CET1비율을 13%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감당가능한 RWA는 7조7000억원 수준이다. 결국 CET1 비율을 당국이 권고하는 12%이상을 유지하면서도 금융지주나 은행 입장에선 감당할 수 있는 신규자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환원율이 3년만에 20%대에서 50%수준으로 오르면서 배당 재원을 충당할 필요가 있다"며 "자회사 자산을 매각해 지주회사 배당으로 이어지면 주주환원 뿐 아니라 다른 자회사로 재배분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