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의 자체적인 금리 조정으로 잠시 7%선 밑으로 내려온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대출금리와 연동되는 은행채 금리가 연말 5%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차주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대출금리는 연 4.95~6.92%로 집계됐다. 금리 하단은 8월 말과 비교해 27bp(1bp=0.01%포인트) 뛰었다. 4개월 전인 5월말과 견줘서는 69bp 치솟았다.
금리 상단은 지난 8월 말 대비 20bp 내려왔다. 지난달 대비 상단이 내려온 건 5대은행 중 주담대 금리가 가장 높았던 농협은행이 금리를 하향한 영향이 크다. 농협은행은 지난 16일 실수요자 지원 강화 차원에서 주담대 금리의 상단과 하단을 각각 0.45%포인트(P), 0.20%P씩 내렸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은행의 금리 상단은 모두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35~6.79%로 집계됐다. 6개월마다 금융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상품이다. 금리 상단과 하단이 4개월 전과 비교해 약 70bp씩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오름세다. 6개월 주기 변동형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6.11%로 6% 선을 돌파했다. 5월말과 비교해 58bp 뛴 셈이다. 1년 주기 변동형 금리의 상단은 6.3%로 41bp 올랐다.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은 대출금리 추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3.75∼4.00%로 25bp 인상했다. 이는 3년 2개월만의 금리인상으로 연준은 관리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긴축에 돌입한 배경으로 지목했다.
케빈 워시 연준의장이 물가안정 의지를 드러냈으며 점도표 상에서 FOMC 위원 18명 중 추가인상을 예상하는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5%선을 다시 돌파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국내에선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한은이 7, 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0.75%p로 좁혀졌으나 이번 FOMC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00%P로 다시 벌어졌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외화자금 유출 우려과 고환율 리스크를 키워 시장 금리 상승을 자극한다.
이는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 은행채 금리는 고공행진 중이다. 고정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 (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5일에는 4.656%로 지난 2023년 11월1일(4.733%) 이후 2년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6개월물 은행채 금리도 2024년 3월29일(3.6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변동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월말 기준 신규 주담대를 받을 때 변동금리로 받은 비중은 68.1%로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명 중 7명이 변동형을 선택한 가운데 향후 금리 상승은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대폭 높인다. 이에 당국은 은행들의 변동형, 고정형 주담대 현황 점검에 나섰으며 10년 이상 장기 고정형 주담대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5년물 은행채 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가산금리까지 붙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할 경우 대출금리 8%선을 위협할 수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9월 FOMC에서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국내 시장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 은행채 금리는 5%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 상단은 8%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