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이상신호…다시 도지는 '벤처게이트' 트라우마

전병윤 기자
입력 2016.10.18 05:00 수정 2016.10.18 05:00

'더벤처스·아이카이스트' 후폭풍 촉각…자금지원 중심 정책 부작용

"벤처게이트 트라우마가 도질 수 있다."

최근 벤처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벤처스와 아이카이스트 등 연이은 유명 벤처업체 대표의 구속사태가 발생하면서 2000년대초 벤처거품으로 빚어진 벤처게이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져서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악재를 단순한 사고로만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창업 지원금 눈먼돈 악용…거품 조장 악순환 우려=2000년대 초반 굵직한 벤처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벤처기업의 등용문인 코스닥엔 빗장이 걸렸다. 거품이 낀 벤처기업들이 대거 무너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엔젤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시장을 떠났고, 벤처투자시장은 붕괴됐다.

절치부심하던 벤처업계는 창조경제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현 정부의 출범을 부활의 계기로 삼았다. 정부도 수차례 육성 정책을 내놓으며 '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창업'으로 이어지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의 벤처펀드 결성액과 신규투자 기록을 세웠고 벤처기업 첫 3만개 돌파, 창업기업 9만3768개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정부 벤처 투자금인 모태펀드가 2005년부터 가동된 점을 감안하면 빙하기를 벗어나는데 10년 가량 걸린 셈이다.

정부는 벤처생태계의 외형적 복원에 성공했으나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이 소외되자 정책의 초점을 창업 초기기업에 맞췄다. 스타트업에 사무공간을 내주고 기술·경영·마케팅을 가르치며 투자금 유치까지 돕는 투자·보육기관인 액셀러레이터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법을 만들고 '팁스'와 같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 밀어줬다.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비록 최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팁스 운용사였던 더벤처스가 갑의 위치를 악용, 스타트업에 무리한 지분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모델'로 지목한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도 지난달말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주로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여서 이를 눈먼돈으로 악용하는 창업가와 투자자가 늘어나고 다시 거품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신호 감지 후폭풍 촉각=시장에서는 이미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아이카이스트의 경우 보유한 기술력에 비해 예상 매출액이나 나스닥 상장 계획 등이 지나치게 과장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아이카이스트가 개발하는 전자칠판이 대당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여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보였다"며 "요즈마그룹이 국내에 설립한 요즈마캠퍼스를 통해 아이카이스트를 보육 업체로 선정하고 경쟁적으로 홍보한 것도 거품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후폭풍도 감지된다. 전자칠판 등을 제조하는 한 벤처기업 임원은 "아이카이스트와 고객층이 달라 경쟁업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자칠판 비즈니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최근 벤처투자자가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더벤처스처럼 유망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가 억울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염려로 투자를 철수하려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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