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이 국민을 먹여살릴, 미래 20~30년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경제운용 방안이고 철학이라면 제가 생각하기에 50조원은 들어가야 한다.”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12개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혁신성장 예산은 3조원이 안되고, 내년엔 5조원이 조금 넘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태펀드는 2005년 만들어서 해왔지만 아직도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며 “성과가 있으려면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공간이 있어야 하고 벤처캐피탈(VC)의 사이즈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벤처투자 확대 요구가 거세지만 기획재정부는 혁신벤처기업의 자금줄로 쓰이는 중기부 소관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지난해 8300억원에서 올해 4500억원으로 줄였고 내년에도 2500억원으로 삭감한 상태다. 이와 관련, 시장은 모처럼 살아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8000억원의 대규모 추경이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 잡히면서 올해 1~9월 신규 벤처투자액은 2조5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국감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내년에 2500억원이 얘기되는데 (이 금액은) 지난해와 지지난해보다 줄어든 금액”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정부투자가 이뤄져야 혁신성장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그는 “매년 2조원씩 4년간 8조원 정도 투자됐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민간 포함 운용액이 15조원인데 3배는 커져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 업계에선 시장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열악한 국내 벤처생태계에서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며 “정부가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힘쓰는 상황에서 갑자기 관련예산 규모가 줄어들어 엇박자가 나면 시장에서도 혼선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들쑥날쑥한 예산 책정은 기업이 정부의 벤처생태계 조성 의지에 의문을 품게 하는 이유가 된다.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워 창업과 투자를 기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사장은 “매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창업투자자에게 (정부가)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창업기업이 늘고 투자자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얼마씩 투자된다고 시장생태계에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도 “모태펀드는 정책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시장 내 주요 출자자 역할을 한다”며 “관련예산이 크게 바뀌면 벤처생태계에 충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정규모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시장 성장을 지원한다는 일관된 신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