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위성제조 수요가 급증하지만 우주용 태양전지의 높은 가격과 공급부족 현상이 산업성장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한화시스템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스핀오프(분사)한 플렉셀스페이스가 독자적인 태양광 기술을 우주환경에 적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섰다.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사진)는 한화시스템 재직 당시 우주사업 개발과 저궤도 위성통신사업을 담당하며 글로벌 위성제조사들의 공통된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확인했다. 원웹(OneWeb) 등 해외 제조사들이 겪는 핵심 문제는 기존 우주용 태양전지의 '높은 단가'와 '공급지연'이었다. 안 대표는 "위성 프로젝트에서 가장 긴 리드타임(Lead time·주문부터 납품까지 총소요시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태양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워낙 많은 기업이 진입하다 보니 기존 우주용 태양전지 공급이 수요를 절대 따라가지 못해 최소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성용 태양전지 병목, 신소재·신기술로 해결=안 대표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기존 우주용 태양전지의 제조방식에서 찾았다. 현재 우주용 태양전지에는 주로 갈륨비소(GaAs) 기반의 고효율 셀을 사용한다. 제작공정이 복잡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업체도 제한적이어서 가격이 높고 공급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플렉셀스페이스는 2023년부터 사내벤처를 통해 우주 특화소재를 연구·검증했다. 이후 한화시스템의 지분투자를 유지한 채 독립법인으로 분사해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했다.
플렉셀스페이스의 핵심무기는 2가지 소재를 층층이 쌓아 효율을 극대화한 '탠덤'(Tandem) 태양전지다. 기존 우주용 태양전지에 쓰이는 비싼 소재(갈륨비소)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리 기반 소재(CIGS)를 하단부(하부 셀)에 깔아 원가를 대폭 낮췄다. 여기에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소재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상단부(상부 셀)에 얹어 우주에서 필요한 발전성능을 확보했다. 특히 미국 스위프트솔라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효율은 높지만 온도변화에 취약한 유기물 기반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플렉셀스페이스는 우주의 극한 온도와 방사선을 견딜 수 있도록 처음부터 '무기물 페로브스카이트'를 채택해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롤 형태로 말 수 있는 태양전지를 개발해 부피를 줄이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8년 IPO 목표…"우주 기반 태양광 서비스기업 될 것"=플렉셀스페이스는 경기 의왕에 우주용 태양전지를 생산하기 위한 5㎿(메가와트)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로 우주용 솔라시뮬레이터를 도입해 우주급 환경에서 효율을 자체검증하며 우주환경의 필수요건인 온도, 방사선, 고진공 테스트를 이미 모두 통과했다. 아울러 누리호 탑재 위성을 위한 테스트와 납품을 마쳤으며 올해 11월 민간 우주정거장에 태양전지를 올려 실증을 진행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고도 3만2000km 수준의 정지궤도 환경 테스트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플렉셀스페이스는 2027년 하반기 본격 양산을 통해 2028년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한다. 플렉셀스페이스의 궁극적인 비전은 단순한 셀 제조사를 넘어 '우주 기반 태양광 서비스기업'이다.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600GW(기가와트)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을 포함해 우주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구와 타 행성으로 보내는 우주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축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