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몸 쓰는 법 터득"…'로봇 훈련소'에 꽂힌 모험자본

김진현 기자
2026.10.09 05:00

[인터뷰] 정원영 로바이 대표·신찬울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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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찬울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팀장, 정원영 로바이 대표

"하드웨어가 다음 버전으로 넘어가는 가장 큰 병목이 새로운 제어 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보통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데 저희는 이 과정을 AI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배우게 하고자 합니다."

로봇이 사람처럼 스스로 자기 몸을 탐색하며 움직임을 익히는 기술로 업계의 난제를 풀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 3월 설립된 로바이다. 로바이는 최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와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정원영 로바이 대표와 이 회사에 투자한 신찬울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팀장을 만나 창업 배경과 투자 이유를 들었다.

정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공학 학·석사를 마친 뒤 2022년 9월부터 씨앤에이아이(CNAI)에서 AI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2024년 10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엔젤로보틱스에서 펌웨어 및 로봇 제어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경험했다. 정 대표는 "1인 1로봇 시대가 곧 올 텐데,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내가 잘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로봇 기초 제어, AI로 자동화

정 대표가 현장에서 주목한 핵심 문제는 로봇 제어에 따르는 막대한 시간과 반복 노동이다. 새로운 로봇을 움직이도록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는 보통 수개월이 걸리며, 로봇의 구조와 자유도(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가 복잡해질수록 개발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모터마다 각도값과 토크값(모터가 내는 힘)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맞춰야 하고, 로봇 외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바이는 로봇의 하드웨어를 이해하고 실제 모터와 관절을 제어하는 영역을 AI로 자동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가 로봇의 하드웨어 특성을 파악해 그 로봇에 맞는 제어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새로운 로봇이 개발될 때마다 반복되는 제어 소프트웨어 구축 과정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정 대표는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서로 분리돼 발전하면서 로우레벨 제어는 여전히 로보틱스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이 부분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저희가 풀고자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존처럼 엔지니어가 로봇 팔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일일이 계산하는 대신, 로봇 스스로 하드웨어 특성을 이해하고 제어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들이 개발 중인 '로봇 아카데미'(가칭)는 쉽게 말해 로봇이 자기 몸 쓰는 법을 스스로 배우는 훈련소다. 갓난아기가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어디까지 굽혀지는지 알아가듯, 로봇이 모터를 직접 돌려 보면서 관절이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힘을 얼마나 줘야 원하는 만큼 움직이는지를 스스로 파악한다. 학습은 로봇의 형태를 입체로 본뜬 3D 스캐닝 환경에서 이뤄진다. 이를 통해 AI가 로봇의 하드웨어 특성을 이해하고, 실제 모터와 관절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로바이의 목표다.

로봇이 스스로 배우는 방식인 만큼, 학습시킨 로봇이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쌓인다는 점도 로바이가 기대하는 효과다. 정 대표는 "자가 학습 기반이다 보니, 먼저 많은 로봇을 학습시킨 곳이 곧 '좋은 학원'이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처럼, 로봇 제조사들이 매번 반복 개발해야 했던 기초 제어를 우리가 미리 표준화해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주자와의 학습 속도·품질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바이의 1차 목표는 2027년 1월 중순까지 최소기능제품(MVP) 데모를 완성하고 고객사와 기술 검증(PoC)을 마치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다관절 로봇팔(매니퓰레이터)을 중심으로 선보인 뒤 여러 종류의 로봇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주요 고객군은 특정 산업 공정에 맞게 로봇을 세팅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와 로봇 하드웨어 제조사다. 정 대표는 "SI 업체가 로봇 도입량을 늘릴수록 매출은 뛰지만, 사람이 일일이 제어해야 하니 인건비도 똑같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저희 기술이 들어가면 제어에 드는 인건비는 확 줄이고 속도는 높여 이 수익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하드웨어 제조사 역시 새로운 로봇을 개발할 때마다 제어 소프트웨어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로바이는 이 과정을 자동화해 개발 주기를 크게 단축하고 같은 기간에 더 많은 세대의 로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성장하는 피지컬 AI 시장…실행력에 베팅

로바이 개요/그래픽=윤선정

로바이에 투자한 신 팀장이 속한 벤처캐피털(VC)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 규모가 약 1200억원인 신생사다. 신 팀장은 "좋은 투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장 규모, 문제의 난이도, 그 문제를 풀 팀의 실행력"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그는 "피지컬 AI 시장은 세상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산업이라고 판단했다"며 "지금 존재하는 로봇의 폼팩터는 다양하지 않지만, 5~10년 뒤에는 반려로봇·웨어러블로봇·산업용로봇 등 폼팩터가 훨씬 다양해질 텐데, 폼팩터가 바뀔 때마다 토크값·각도값을 엔지니어가 전부 수작업으로 새로 맞춰야 하는 게 현재 로봇 개발의 실질적 병목"이라고 짚었다.

신 팀장은 창업팀의 호흡과 실행력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AI를 맡은 송정우 최고AI책임자(CAIO)와 인프라·머신러닝을 맡은 이승혁 최고인프라책임자(CIO)가 CNAI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점도 투자 결정에 힘을 실었다. 신 팀장은 "정 대표의 로봇 경험에 송 CAIO의 AI 역량, 이 CIO의 인프라·머신러닝 역량이 더해지면 우리가 마주한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조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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