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찜한 K-금융공학 솔루션…국내 넘어 미국 진출 '성큼'

최우영 기자
2026.10.27 09:00

[스타트UP스토리 플러스(+)] 한덕희 퀀팃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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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희 퀀팃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뉴스가 쏟아진다. 이중 시장을 움직일 테마가 무엇이고 투자심리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숫자로 뽑아내려면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정교한 수리모델이 필요하다. 금융공학 이른바 '퀀트'의 영역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이 일을 직접 하기는 쉽지 않다.

퀀팃은 그 계산을 대신 해주는 회사다. 2019년 설립 이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공공기관이 제각각 필요로 하는 금융 모형을 만들어 공급해왔다. 한덕희 퀀팃 대표는 "투자의 기회와 위험을 수리적 모델링으로 계산하는 엔진 기술을 갖고 기관이 원하는 모형을 대신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 고수 '국민연금'도 선택한 퀀팃

퀀팃 개요. /그래픽=이지혜

기관마다 원하는 모형은 다 다르다. 이를테면 올해 NH농협은행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NH오픈비즈니스허브'를 통해서는 금융투자 중개 구조 혁신모델을 만드는 협업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한·미 증시의 투자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보는 모형으로 시장 전체와 개별 종목은 물론 외환 같은 거시 변수까지 한 데 넣어 계량화한다"며 "같은 시장과 같은 투자대상이더라도 개별 자산운용사, 증권사, 공공기관이 보고싶어하는 면이 다 다르다"고 전했다.

다수의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모델을 만들기 버거워하는 건 고려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한 탓이다. 단순히 엑셀에 데이터를 올려 계산하던 시절에서 서버 자원을 써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모델을 연구할 조직을 직접 갖추려면 퀀트 리서치센터를 하나 차려야 할 수준이다.

글로벌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역시 국내외에서 꽤 오랜 기간 이 같은 기능을 맡길 파트너를 찾다가 퀀팃에 AI(인공지능) 모델 3종을 의뢰했다. △미국 증시 공급망 데이터로 초과수익을 찾는 모델 △금리 결정 요인 분석 모델 △채권 수익률 최적화 모델 등이다. 2년에 걸쳐 개발해 공급했고 한 대표는 이후 국민연금 생성형 AI 도입 기술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 운용에 AI를 어떻게 들일지 고민하는 자리에 불러줘서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선행 R&D가 아쉽더라" 기다림의 '3년'

퀀팃의 고객사 포트폴리오. /사진=퀀팃 홈페이지 캡처

한 대표는 SK텔레콤에서 병역특례로 연구원 생활을 한 뒤 한국거래소 자회사 코스콤, 삼성증권, 싱가포르 헤지펀드, 국내 자산운용사를 거쳤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투자 현장을 돌며 느낀 건 국내 기업 안에서 선행 R&D(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는 "퀀트와 IT 인력이 좀 더 여유 있게 연구하며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게 기다려주면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퀀트'와 'IT'를 합친 사명 '퀀팃'을 설립했다.

실제로 설립 이후 3년은 R&D에 매달렸다. 매출도 미미하게 나왔지만 무게중심은 연구에 있었다. 사실상의 '폐관 수련' 기간이었다. 이렇게 갈고 닦은 R&D 성과는 금융투자 분야에 특화된 퀀팃의 내부 연구개발 플랫폼 '핀터(FINTER)'로 탄생했다.

핀터를 기반으로 한 퀀팃의 사업은 크게 세 갈래다. 주 매출원은 기관 대상 B2B다. 지난해에는 뉴스와 텔레그램, 유튜브까지 훑어 한국·미국 주식 정보를 요약해 알려주는 개인용 AI 투자정보 서비스 '머니터링'을 내놔 1년 만에 이용자 30만명을 모았다. 자회사 퀀팃투자자문은 펀드를 직접 운용한다. 운용자산(AUM)은 500억원 수준으로 14분기 연속 늘었다.

한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우리 사업 분야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 분야만 놓고 봐도 출시 이후 3년 반 동안 매 분기 AUM이 늘어난 곳은 우리가 거의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진출 성과도 가시화 "대형 헤지펀드 고객 확보"

한덕희 퀀팃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금 퀀팃이 힘을 쏟는 곳은 미국이다. 국내 자본시장에 비해 금융공학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가 훨씬 높아 잠재 고객이 풍부하다. 한 대표는 "국내 잠재고객이 10여곳이라면 미국은 뉴욕에서만 수십 곳"이라며 "같은 솔루션도 한국애 바해 3배 가량의 가치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영업한 끝에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와 첫 상업 계약을 진행 중이다. 한 대표는 "동일한 헤지펀드 안에도 수십에서 수백 개 팀이 있고 팀마다 수억원씩 퀀트 모델에 선뜻 지출한다"며 "이번 계약 소식이 돌자 지지부진하던 다른 진행 건들도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매출은 4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내년 중에는 수익구조 역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한 대표는 "한국의 금융투자 산업이 미국과 싱가포르, 런던 같은 선진시장을 앞서려면 지금 같은 변화의 시기, AI 시대에 과감하게 시도해 가로질러 넘어서야 한다"며 "계속 넓어지는 기술 기반에 맞춰 국내 금융기관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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