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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의 기능, 원리, 데이터 흐름, 디자인 요소 등을 역추적·복제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이 활발해지면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거래처를 상대로 서비스 도용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런 사례로 꼽힌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보증보험 협업툴 '핀캣'을 개발한 스타트업 팀이지는 최근 고객사이던 중고차 보증보험 업무 위탁업체인 A사를 부정경쟁행위 혐의로 지식재산처에 신고했다. 서비스 고객이던 A사가 화면 구성부터 예시 표기, 약관 문구까지 같은 서비스를 내놨다는 주장이다.
고객사가 돌연 유사 서비스 출시
팀이지의 핀캣은 중고차 보증보험을 접수했을 때 소비자가 신속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손해사정법인·정비소의 업무 현장을 표준화 및 디지털화한 인프라다. 팀이지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금융규제샌드박스 '위탁테스트'에 선정돼 시중에서 한 손해보험업체와 PoC(개념검증)를 진행하고 있었다. A사도 팀이지와 계약을 맺고 핀캣을 사용해 왔다.
그러던 지난 8월 A사는 핀캣과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팀이지는 이 서비스가 핀캣을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핀캣 서비스의 기능은 물론 디자인 레이아웃, 예시화면의 항목·단가·작성자 등 문구까지 동일해서다. 이용 가이드,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의 문구도 같았다. 특히 이용약관의 시행일은 A사의 서비스 출시일이 아니라 핀캣 이용약관의 시행일과 같은 날짜로 적혀 있었다.
국성권 팀이지 대표는 "A사가 출시한 서비스에 있는 오류까지 핀캣과 같다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팀이지가 지재처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A사는 핀캣의 백엔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출시 즈음인 8월 말 서버를 60만회 이상 호출하기도 했다.
"AI로 복제하면…정황 있어도 입증 어려워"
문제는 이런 정황이 있어도 도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IT 기업 간 기술 분쟁은 주로 소스 코드 유사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다. 하지만 AI 코딩 도구를 쓴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론 원본 소스 코드를 가져오지 않고도 화면 구성과 작동 방식 등을 단기간에 재현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기능과 흐름은 같아도 코드는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팀이지 측은 A사가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화면의 일부 아이콘은 AI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기본 템플릿 방식이기도 했다.
국 대표는 "AI로 로직을 재현해 코드 유사성을 벗어난 사례라면 도용을 증명하기가 마땅치 않다"며 "지재처 조사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고, 문제가 제기된 서비스가 바로 중단되는 것도 아니어서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빅테크도 골머리…스타트업은 더 취약"
업계에선 이런 갈등은 앞으로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등 글로벌 IT업계에서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유료 소프트웨어들을 AI로 재현해 무료로 배포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어서다. AI 개발 플랫폼 깃허브에는 리버스엔지니어링을 돕는 전용 도구가 공유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고도의 알고리즘들도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모방한 소프트웨어들이 확산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복잡한 알고리즘보다 아이디어가 핵심인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국 대표는 "정부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권하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노력을 보호하는 데에는 더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