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격' 엘리엇, 해외에서도 첨단 IT업체 '사냥 중'

임동욱 기자
2015.06.19 06:30

최근 美클라우드컴퓨팅 SW업체 '정조준' 하고 압박..다른 PE와 '협업'도 주목

삼성물산과제일모직합병을 반대하며 '삼성 공격'에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어쏘시어츠LP(이하 엘리엇)가 최근 해외에서 첨단 기술기업들을 '먹잇감'으로 사냥을 계속하고 있어 주목된다.

◇美 IT기업 '사냥시작'

18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1일 미국 클라우드컴퓨팅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트릭스 시스템즈(Citrix Systems) 지분 7.1%를 보유한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이어 시트릭스 이사회에 편지를 보내 현재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70달러 수준인 주가를 2016년 말 90달러 이상 올릴 수 있도록 경영진이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엘리엇은 시트릭스가 사내 영업 및 마케팅팀을 재정비하고, 리서치 및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가 저조한 상품군 및 자회사는 잘라 내거나 팔아치울 것도 요구했다.

엘리엇의 공격 리스트에 오른 시트릭스 측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리 주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 있으며 주주들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엘리엇의 제안을 검토하고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이사회와 경영진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계속 평가하고 모든 주주들의 최대 이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엘리엇이 첨단 IT(정보통신)기업들을 상대로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순식간에 확보한 뒤 경영의 효율화, 변화 등을 앞세워 해당 기업의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한다. 이후 이사회 의석을 확보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각종 자산 및 사업부문 등을 팔아치워 주가를 띄우는 전략을 구사한다.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 지분 9%를 확보해 최대 기관주주 자리에 오른 엘리엇은 지난해 2월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2명을 주니퍼 네트웍스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엘리엇의 압박에 굴복한 주니퍼는 당시 최소 30억 달러 규모의 주주환원 및 1억60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도 내놔야 했다.

◇'바람잡기' 수법도 주목

엘리엇은 최근 첨단 기술기업들을 사냥하면서 다른 '큰손'과 '협업'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엘리엇이 기습적인 지분매입 및 회사 매각 요구 등을 통해 '먹잇감'의 힘을 빼 놓은 후 연계한 다른 투자자가 이를 덥석 물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엘리엇 입장에서 보유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아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지난해 12월 프라이빗 에쿼티(PE, Private Equity)인 토마 브라보(Thoma Bravo)는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리버베드(Riverbed)를 36억 달러에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엘리엇은 2013년 8월 리버베드의 상당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진에게 기업 경영전략을 수정하도록 압박했고, 수차례에 걸쳐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같은 해 11월 중순까지 보유 지분율을 10% 근처까지 높였다.

이후 엘리엇은 지난해 1월 31억 달러에 회사를 사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1개월 후인 지난해 2월 인수가격을 33억6000만 달러로 높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엘리엇의 이같은 '흔들기'에 결국 리버베드는 36억 달러를 제시하며 인수자로 나선 토마 브라보 측에 회사를 넘겼다.

토마 브라보는 2010년 보유 회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서비스기업 노벨(Novell)을 22억 달러에 매입했고, 2012년 네트워크 보안업체 블루코트(Blue Coat)를 13억 달러에, 2014년 소프트웨어 기업 컴퓨웨어(Compuware)도 약 25억 달러에 각각 사들였다. 이 기업들은 모두 엘리엇이 매입을 위한 '바람잡이'에 나섰고, 그 파트너가 회사를 사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다양한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행동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며 "삼성은 엘리엇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다각도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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