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어쏘시어츠LP(이하 엘리엇펀드)에 소수주주권 특례조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했다. 이는 엘리엇펀드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면서 부당하게 삼성을 압박하는 것인지를 따지는 핵심 쟁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19일 오전 엘리엇펀드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 사건과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한 뒤 엘리엇펀드 측에 상장법인 특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재판부는 "상법상 상장사의 경우 특례조항이 있는데 6개월 전부터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어떤 입장인지 밝히라"고 말했다. 엘리엇펀드 측은 "상법상 요건을 갖춘 경우뿐 아니라 상장사나 비상장사 모두 어떤 것을 적용해도 동일하게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밝혔다.
앞서 엘리엇펀드는 삼성물산에 보유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제일기획 등 계열사 주식을 주주들에게 현물로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엘리엇펀드의 주주제안 자격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상법상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 6주 전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현재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가진 엘리엇펀드가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일반규정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장사 특례조항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계속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펀드는 지난 3일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7.12%)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삼성물산 주주명부에는 엘리엇펀드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엘리엇펀드가 지난 3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매집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상장사 특례조항에 따르면 엘리엇펀드의 주주제안권은 행사가 불가능하다.
한편 이날 심리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방식의 적정성과 자사주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불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엘리엇펀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인 1대0.35는 지나치게 불공정하다고 했고 삼성물산 측은 합병비율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이 합병 주총에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 899만주(5.76%)를 KCC에 처분한 게 적절하냐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끝으로 엘리엇펀드의 신청을 인용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주총결의금지 가처분의 경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7월2일부터 본인의 의사를 접수하도록 한 일정을 감안, 7월1일 오전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