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3의 도시 뮌헨에 위치한 세계 상용차 2위 업체 만(MAN)트럭버스(이하 만트럭)의 본사.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방문한 본사 트럭포럼(Truck Forum·전시장과 트럭 인도장 등이 혼재된 공간)에는 1897년과 1915년을 앞세운 문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오래된 연도는 독일의 기술자 루돌프 디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디젤 엔진'의 모형 앞에 새겨져 있었다. 만트럭이 제작하는 상용차와 버스에 탑재된 엔진의 선조다. 만트럭은 전 세계를 누비는 수많은 디젤 차량의 심장을 만들게 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연도 1915년은 만트럭이 최초의 트럭을 만든 해를 뜻한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본사 곳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문구가 많았다. 철강을 제련하고, 증기기관을 만들던 옛 시절을 모두 포함하면 회사 역사는 258년에 달했지만 현재 사업 주력군인 상용차를 만드는 이곳에서는 두 연도의 의미가 더 남달랐다.
◇트럭생산 100주년…그룹 핵심 '상용차' 탄생시키는 만트럭 뮌헨공장
본사가 뮌헨에 위치한 만트럭은 폭스바겐 산하 만(MAN) 그룹의 상용차·버스 기업이다. 선박 디젤엔진 등을 제작하는 만 디젤&터보, 기어박스를 생산하는 렝크(Renk) 등과 함께 만 그룹을 이루는 한 축이다.
지난해 그룹 차원의 연매출은 143억 유로(17조8391억원)로, 만트럭의 매출은 전체의 58.7%인 84억 유로(약 10조4789억원)를 차지했다. 이중 만트럭의 트럭 매출은 버스, AS(사후관리) 등의 사업을 제외한 56%로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만 그룹을 이끄는 핵심 상품이 상용차라는 의미다.
뮌헨에는 본사와 함께 트럭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만트럭 엔진을 생산중인 뉘른베르크 공장에서 트럭제작 공정이 뮌헨공장으로 옮겨진 지 60년이 됐다. 뮌헨 트럭공장은 뉘른베르크산(産) 엔진을 차량 섀시와 캡(운전석이 위치하는 본체)과 함께 결합시켜 트럭 완성차를 제작중이다.
트럭공장의 주된 공정은 3가지로 이뤄졌다. 섀시가 제작되는 공정과 캡을 만드는 공정, 또 이를 합치는 공정이다. 만트럭 직원들은 섀시와 캡이 합쳐져 완성차로 탄생되는 과정을 '결혼'(marriage)이라고 불렀다. 100만㎡에 달하는 뮌헨 공장 부지에서 9300명의 직원들은 연간 트럭 생산 4만6700대를 목표로 '결혼을 주선 중'이었다.
◇'섀시와 캡' 결혼으로 완성되는 트럭, 시동 걸자 '우르릉~' 포효
뮌헨 공장에서는 만트럭의 주력 상품군인 트랙터 TGX 라인업과 덤프 TGS 라인업이 생산되고 있었다. 최고 출력에 따라, 크기에 따라 76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트럭들이 같은 조립라인을 지나며 제각각 완성차로 태어났다.
차량 섀시가 만들어지는 공정에는 직원 900명이 2교대로 근무했다. 구멍이 곳곳 송송 뚫려있는 기본 섀시 틀이 시계(Clock) 조립라인에 올라섰다. 시간에 따라 레일을 타고 공정이 앞으로 나아가는 탓에 시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직원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섀시에 붙어 나사를 조이거나 필요 부품을 장착시켰다.
모든 도구는 머리 위에서 내려온 줄에 메달려 있었다. 직원들은 필요에 맞춰 도구를 잡아당겨 작업했다. 바닥에 어떤 부품과 도구도 떨어져 있지 않아 직원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장점을 지녔다. 머리 위 마련된 스크린에는 근무시간 동안 만들어야 할 트럭 물량과 지금까지 제작된 대수 등이 표시돼 있었다. 이날 오전 근무조의 목표 생산량은 81대, 매일 수요에 맞춰 생산량이 조정됐다.
점점 완성되는 섀시에 추후 바퀴가 장착될 엑슬이 장착됐다. 엑슬은 섀시 틀에 장착되기 위해 이미 모듈로 제작된 상태였다. 기본 형태가 완성된 섀시는 다음으로 공장 내 복층 형태로 마련된 페인팅 공간에서 155m 거리의 18개 공정을 거치며 색이 칠해졌다.
180명의 작업자가 스프레이로 칠하는 색상에는 32가지가 있어, 조합은 1000가지에 육박했다. 색상이 입혀진 섀시는 마지막으로 뉘른베르크에서 온 엔진과의 결합으로 캡과의 결혼을 기다리게 됐다.
공정이 반대쪽부터 진행되는 캡 라인에는 280명이 연간 6만3200개 캡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었다. 흔히 마주치는 트럭의 얼굴 부분이 제작되는 공정이다. 이곳에는 운전석의 대쉬보드나 전면, 측면 유리가 장착됐다. 대쉬보드를 이루는 모듈에는 3만6000개에 달하는 전선이 탑재됐다.
캡과 섀시가 합체 되는 '결혼' 공정에서는 작업자들이 나사와 드릴을 이용해 결합을 단단하게 할 뿐 아니라 바퀴를 장착하고, 각종 차량용 액체류를 충전했다. 이 과정을 거치고 태어난 트럭은 첫 시동을 걸자 '우르렁' 포효하며 첫 기름 냄새를 내뿜었다. 시동을 걸던 한 직원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트럭생산 100주년 '언제나 품질'…공장 곳곳서 찾을 수 있는 '품질 향상' 노력
뮌헨공장 곳곳에서는 그룹의 효자 상품을 만들기 위한 각오가 느껴졌다. 트럭 생산 100주년을 맞이해 또 다시 '품질'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트럭 제작 공정 중에는 '품질 문'(Quality Gate)라는 이름의 품질평가 공간이 3개 마련돼 있는 것 외에도 초록종이(섀시 공정), 분홍종이(캡 공정)가 각 제작품에 붙여져 있었다. 작업 지시가 적힌 종이로 직원은 담당 공정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이 종이는 향후 5년 간 보관되며 향후 품질 문제가 발생할 때 원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기초 근거로 역할을 한다.
공장에는 이외에 직원들이 스스로, 팀과 함께 제작 과정을 다시 배울 수 있는 교육공간도 눈에 띄었다. 섀시 라인과 캡 라인에 각각 위치한 교육공간에는 섀시와 캡, 엔진 등 실제 트럭을 이루는 주요 부품과 각종 도구들이 마련돼 있었다. 새 작업을 담당하게 될 때 교육공간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오래 근무한 직원이 기술력을 상기시키기 위해 방문할 때도 있었다.
만트럭은 기술개발과 트럭 생산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일지 이야기하는 '워킹 트레이닝' 문화(Working Training Culture)도 발달한 점을 강조했다.
실제 예로 섀시와 엑슬이 결합된 차체를 캡과의 결합 전 돌리는 과정이 필요한 데 한 직원의 제안으로 5톤 무게를 들 수 있는 밴드가 이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단순히 밴드를 걸어주는 것만으로 쉽게 차체를 돌릴 수 있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만트럭 관계자는 설명했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모습도 뮌헨공장의 특징이었다. 공장에서는 태양광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재활용 에너지를 이용한 뿐 화석 에너지를 직접 이용하지 않았다. 공장 소음을 줄일 목적으로는 방음재를 벽에 적용하거나 소음을 대폭 줄인 기계 도구들을 도입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