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해야 할 3가지 이유

오동희 산업1부 부장
2015.07.09 03:29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해야 할 이유는 '법체계 확립', '국민 이익', '소액주주 보호' 등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국민연금은 한국의 법체계를 지킬 의무가 있다=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해야 할 첫번째 이유는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법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 즈먼트가 삼성물산의 기준주가법에 따른 합병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합병의 요건ㆍ방법 등)-에는 주권 상장법인간 합병시에는 기준주가법(1개월 평균, 1주일 평균, 최근일 종가의 평균)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이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다.

대한민국에서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 누구든지 이법을 따라야 한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간 합병 시에는 예외규정으로 자산가치에 따른 평가를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상장법인이기 때문에 이 조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법은 엘리엇이 한국에 투자하기 훨씬 전부터 국내에서 시행돼 온 법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에 투자하면서 이 같은 법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자산가치를 운운하고 있다. 이 법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면 한국에 투자하지 말았어야 했다. 국내 법원도 엘리엇이 제기한 각종 가처분 소송을 기각해 엘리엇의 명분이 없음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한국에 투자하고도 한국법을 지키지 않는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국내에서는 그 어떤 합병도 시도될 수 없는 '법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엘리엇이 아닌 국민을 봐야 한다=국민연금은 대략 22조원을 삼성 그룹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 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에 각각 1조원 가량을 투입해 놓은 상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중 삼성그룹에 투자한 비중이 약 26%다. 삼성 그룹의 경영권이 흔들려 분쟁에 휘말리면 경영자들이 경영에 몰두하지 못하고,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국민연금의 투자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보유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외에도 삼성전자가 14조원 가량되며, 삼성화재 1조, 삼성생명 8000억원 가량 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주이기도 하지만, 제일모직의 주주이기도 하다. 엘리엇의 주장대로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방법이라면 국민연금의 전체 이익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각각 1조원 정도의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때다. 이번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 그룹의 경영에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1조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일부 손실을 막기 위해 나머지 21조원의 투자분에 대한 고려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엘리엇이 '먹튀'를 한 후 뒤치닥거리는 결국 국민연금이 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국민연금은 소액주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합병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의견을 내놓은 의결권 자문기구 ISS조차 합병 무산시 23% 가량의 주가 급락이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ISS는 주가 회복은 '언젠가' 될 것이라고 불확실하게 예측했다. 엘리엇이야 '경영참여' 선언 이후 6개월간 보유지분을 팔지 못하지만, 대규모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 무산시 주가하락을 견딜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합병 무산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런 소액주주의 피해가 예견되는데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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