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2007년 발생한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관련해 내놓은 지역발전출연금이 2년째 쓰이지 않고 금고 속에서 잠자고 있다. 출연 당시 지역사회와 지방정부 사이 수탁 주체를 정해놓지 않아 기금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자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2013년 11월 국회 허베이스프리트 유류오염사고대책특별위원회(유류사고특위)의 중재로 삼성중공업이 지역발전출연금으로 내놓은 2900억원이 지난해 1월 수협은행에 예탁됐으나 1년 8개월째 사용되지 못하자 국회가 다시 발벗고 나섰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유류사고특위에서 제정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개정안 핵심은 정부가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 승인 하에 비영리법인인 유류오염사고피해지원위원회를 설립하고, 지원위원회가 피해지역 지원기금을 설치하게 된다. 지역위원회는 해양수산부의 감사를 받으며, 지역위원회에 일하는 직원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다.
홍문표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안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의원 재직 시절 추진했던 법안이었으나 본인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무산됐다"며 "지역발전금이 묶여 있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돈은 지난해 초부터 피해지역에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수탁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인출되지 못했다. 이해관계자별로 내놓은 기금 운용방안도 제각각이었다. 정부는 중앙단체를 통한 지역발전 출연금 사용을 주장하고, 지역주민 대표들은 11개 피해지역에서 각각 수탁기관을 세운 뒤 금액을 운용하려고 했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출연금 배분에 대한 이견도 존재했다. 충남은 피해규모 기준 충남 대 전북 8대2의 비율을 주장하는 반면 전북은 사고 피해 섬 수를 기준으로 55대45를 주장하고 있다.
지역출연금 수탁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이 출연금의 용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었다. 지역발전출연금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피해보상금과 달리 해당 피해지역의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개인 피해자들은 이미 국제유류오염기구로부터 피해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삼성중공업이 출연한 돈을 개인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할 경우 국제유류오염기구로부터 받은 돈은 환급해야한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삼성중공업 출연금을 관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편,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는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기중기 부선 '삼성1호'가 충돌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서해안 일대에 총 1만2547㎘의 원유가 유출돼 서해안 인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