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초속 3m,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 상자들이 평균 250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듯 분주히 옮겨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에 상자 겉에는 사과와 귤, 인삼 등 명절 선물을 알리는 문구가 새겨 있었다. 상자를 감싼 형형색색 선물 보자기에는 이를 부친 이들의 정성이 담긴 듯 했다. 총합 길이 5127m의 각 컨베이어 끝에는 택배기사들이 고객에게 향할 택배차량에 바쁘게 짐을 싣고 있었다.
◇'코 앞' 추석에 30% 물량 급증…'한진 동남권 택배 허브터미널' 첫 가동=추석 연휴가 4일 앞으로 다가온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서울복합물류단지 B동에 위치한한진동남권 택배 허브터미널은 추석을 앞두고 30%가량 늘어난 물량으로 분주함이 느껴졌다.
평소 오전 7시면 끝날 상하차 작업이 오전 9시가 넘어서 도착한 간선차량의 짐 분류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간선차량은 한진 대전 물류터미널에서 전국 각지의 짐을 싣고 올라왔다. 추석 물량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이유였다.
터미널 안팎으로는 빵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떼운 직원들의 모습과 밤샘 작업을 마치고 주간 근무자와 교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명절 특수기를 맞아 오홍석 허브(HUB)장 외에 강승우 한진 택배운영부 담당 상무가 직접 현장을 찾아 시스템이 잘 가동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한진 동남권 택배 허브터미널이 위치한 서울복합물류단지는 수도권 최대의 유통물류 단지로, 연면적 40만4347㎡의 대지에 A~F동에 이르는 건물에 물류터미널과 냉동냉장 자동화 창고 등이 들어서 있었다. 컨소시엄을 이뤘던 국내 2, 3위 물류기업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이 50대50 비율로 입주해 서울 동남권 등 수도권 일대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었다.
한진의 허브터미널은 지난 5월 물류단지가 개장된 이후 3개월에 걸친 시험가동 끝에 지난 14일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빈 상자와 일부 물량으로 24시간 자동화 물류시스템을 수일을 거쳐 점검한 뒤 최대 물량이 쏟아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데뷔했다.
◇일 최대 60만 상자 처리..최첨단 시스템의 완성은 '정성'=연면적 7만419㎡의 지하 1층, 지상 5층의 B동 건물에는 간선차량과 집배송 차량이 동시 120대 접안 가능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자동분류기를 거쳐 각 배송지역으로 나눠진 택배물량들은 택배기사 등의 손을 거쳐 가장 나중에 배송될 물품부터 차곡차곡 차량에 들어갔다.
복층으로 구성된 지상 1~2층에는 터미널의 핵심 장비인 최첨단 자동분류기가 시간당 4만 상자, 일 32만 상자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었다. 일 최대 처리 물량은 60만 상자에 달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하얀 빛을 뿜어내는 '5면 인식 카메라'는 각 배송지를 향할 상자들의 정보를 빠르게 인식해 가야할 방향을 정해줬다.
1~2층에서 3층으로 향하는 길은 최대 40피트 컨테이너를 실은 간선차량이 올라갈 수 있게 4차선 왕복도로의 폭만큼 넓었다. 3층에 내려진 택배상자들은 빠른 속도로 분류돼 1층으로 향해갔다. 모든 이동은 2층에 위치한 통제실의 명령에 따라 진행됐다.
상자를 옮기고 나누는 과정은 '정성'의 과정이었다. 보다 안전하게, 상품을 보존하는 것이 핵심 철학이라고 한진 관계자는 설명했다. 컨베이어 위 상자들을 '펀치'식으로 밀어 떨어뜨렸던 기존 방식은 컨베이어 벨트 위의 컨베이어(크로스벨트 장비)로 대체돼 상자들은 부드럽게 다음 장소로 이동해갔다. 상자가 회전 미끄럼틀을 타고 아래층을 향할 때도 충격은 적어보였다.
아울러 한진은 콤비테이너(CT)라는 이름의 안전 운송용기를 택배차량 등에 이용했다. 한진 관계자는 "콤비테이너를 이용하는 만큼 차량 용적률은 적어지지만 상품 안전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우르는 '최적의 지리 조건'…메인 허브터미널에 기대↑=한진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수도권 물류의 핵심 역할을 본격 수행할 예정인 이 터미널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수도권 물류가 전국 택배물량의 70%를 차지할 뿐 아니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동부간선도로, 송파대로 등 서울의 주요 도로와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경부·중부·영동고속도로와 인접한 지리적 여건은 택배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이에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배송출발 시간이 최소 1시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가까운 점도 명절에 몰리는 물량에 대비해 인력을 수급하기도 수월한 장점이 있다. 실제 평상시 150명가량인 근무자들을 추석 시즌을 맞아 200명까지 늘리는 데도 수월했다.
아울러 지난 2006년 연 대전 물류터미널 이후 9년만에 새롭게 택배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회사 안팎으로 사업의 '퀀텀점프'(대약진)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오홍석 허브장은 "택배물량 70%가 몰리는 수도권에 가장 효과적인 물류거점이 마련됐다"며 "이번 추석 물량으로 최적화 과정을 마무리해 오는 11~12월부터 수도권 메인 허브터미널로서 본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