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에 시작한 女엔지니어의 꿈, 청소년 진로 길잡이로

양영권 기자
2015.09.29 09:00

[인터뷰]유셈이 BMW 코오롱모터스 AS팀 주임, 한예은·송정화 학생

유셈이 코오롱모터스 분당 AS팀 주임(왼쪽)이 한예은 양(가운데), 송정화 양에게 자동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BMW코리아

"프로젝트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서비스 어드바이저와 교육담당, 정비 테크니션 등 각각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했어요. 그 인터뷰를 통해 직업을 알게 됐고, 제 꿈을 찾았어요. 갈팡질팡하다가 정확한 목표가 생긴 거죠."(한예은, 경기자동차고 2학년)

"직접 엔진오일을 교환해보고 공기압체크도 해봤죠.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여러 명이 하다 보니 대충 할 수밖에 없잖아요. 한편으로 어려웠지만, 해볼수록 자신감이 생겼어요." (송정화, 신진자동차고 2학년)

"제가 저한테 할 질문을 학생들에게 해 보죠. 나를 찾아가는 질문이랄까. 그러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오히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유셈이 코오롱모터스 분당 AS팀 주임)

지난 24일 서울 회현동의 BMW코리아 본사에 세 명의 여성이 모였다. BMW미래재단이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에 도움을 주고자 실시하고 있는 '영 엔지니어 드림 프로젝트'에서 멘토-멘티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다.

BMW 딜러사에 소속된 AS 엔지니어인 유 씨와 특성화고에 다니는 여학생 한 양, 송 양은 한 팀이 돼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매달 한 번씩 만나 직장 체험에서부터 해외 공장 탐방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 해를 보냈다. 한 양과 송 양은 물론 유 씨 역시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한 해를 회상했다.

유 씨는 전국 BMW와 MINI 서비스센터 정비사 69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정비사가 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 학원을 가기 위해 서울 화곡동의 정비단지를 지나치며 기계를 만지는 것이 좋아 보여 정비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꿈을 접어야 했다.

대학에서는 무역학을 전공했다. 일반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도 해 봤지만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나의 길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32살인 2006년 여주대 자동차과에 입학했다. 같은 과 학생 200여명 가운데 여학생이라고는 유 씨 혼자였다.

"남학생뿐이다 보니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죠. 오히려 내 나이가 어렸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여기서 물러나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남보다 더 노력했죠."

현재도 여성으로서 고충이 없지 않다.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려면 가장 먼저 하거나 가장 나중에 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으로서 갖는 고충을 털어놓을 존재가 없다는 게 힘 든 부분이다.

하지만 여성 엔지니어가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자동차는 전기장치의 역할이 커지다보니 '힘쓰는 일'보다는 섬세한 작업이 중요해졌다. 고객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에게 설명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 준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여성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겠죠."

왼쪽부터 유셈이 코오롱모터스 분당 AS팀 주임, 한예은 양, 송정화 양. /사진제공=BMW코리아

송 양과 한 양 역시 자동차가 좋고 기계 만지는 것이 좋아 특성화고를 택했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항상 품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 먼저 같은 고민을 했던 유 씨를 멘토로 만났기 때문이다.

"'서비스 어드바이저'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자동차 테크니션을 10년 이상 하고 나면 고객들에게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주고 요구사항을 듣는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될 수 있어요.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좋고, 자동차도 좋아하는 저에게는 '딱'인 것 같아요."(한 양)

"저는 직접 기계를 고치는 게 좋아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는데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요. 정비사가 돼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차를 고치고 싶어요." (송 양)

"나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이 아이들이 헤매지 않고 지름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 아이들도 나중에 저처럼 멘토가 돼서 또 다른 어떤 아이들에게 길을 제시해 주겠죠."(유 씨)

현재와 미래의 엔지니어들은 사진 포즈를 취해 달라는 말에 다정한 자매처럼 웃으며 서로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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