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344,500원 ▲21,000 +6.49%)과 국도화학(37,450원 ▲2,200 +6.24%)의 이번 비스페놀A(BPA) 매각 협상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원가와 시황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사업 재편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G화학은 그간 범용 제품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해왔다. 불과 4년전만 해도 사상 최대 실적으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던 석유화학 사업은 중국과 중동의 공급 과잉으로 시황이 악화되며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논의 대상인 BPA 역시 중국발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업황이 악화된 대표적인 범용 제품이다. 중국 내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2021년 톤당 2만위안을 웃돌던 가격도 현재는 1만위안 안팎으로 떨어졌다.
국내 업체들의 수출 여건도 위축됐다. 한국화학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BPA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3년 24.4%에서 2024년 7.2%로 급감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고부가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비핵심 자산인 경북 김천과 전남 나주 공장의 SA(고흡수성수지)와 SAL(아크릴레이트 라텍스) 설비를 철거했다.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 공장에서는 SM(스티렌모노머) 가동을 중단했다. 아울러 GS칼텍스와 NCC(나프타분해설비) 2호기를 멈추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국도화학이 BPA 인수에 나선 것도 에폭시 수지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 구조상 BPA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원재료 내재화는 국도화학의 오랜 숙원 과제였다. 외부 조달 의존도를 낮추면 원가 절감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도화학이 LG화학의 BPA 주요 고객사로 오랜 거래 관계를 이어온 만큼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이번 딜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BPA라도 LG화학에는 정리 대상이지만 국도화학에는 필수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발 에너지 위기는 양사 매각 논의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LG화학은 원가와 시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저수익 사업의 재편 유인이 강해졌고, 국도화학은 외부 조달에 의존하던 원료 공급의 변동성에 내재화 필요성을 다시 절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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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국도화학의 LG화학 실사에 회계법인이 참여한 만큼 사실상 인수 협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양사는 현재 단순 매각부터 합작법인(JV) 설립까지 전략적으로 협업하는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사 이후 구체적인 가격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 여부는 실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전략적 협업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이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