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서거]김영삼-이건희-정주영 '가깝고도 먼 권력과 정치'

양영권 기자, 이미영 기자
2015.11.22 17:06

독대에서 냉대로 바뀐 이건희 회장, 대선 출마 정주영 회장은 타계 이후 '화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고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한 가운데 김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연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은 1993년 취임 초 다른 재계 인사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해 8월 이 회장을 독대했는데, 재계인사 중 최초였다. 같은 해 김 전 대통령은 이 회장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 종신 명예회장은 회고록에서 김 전 대통령이 당시 거론됐던 후보들를 제치고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삼성의 자동차 사업을 승인해 준 것도 김 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의 관계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이 회장이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돼 균열이 생겼다.

김 전 대통령은 방미 수행단 기업인 명단에서 이건희 회장을 빼 버렸고 삼성자동차 기공식에 고위 공무원을 보내지 않는 등 냉대했다. 삼성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애썼다.

이 회장은 1996년 8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직무와 관련해 4회에 걸쳐 100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서울지법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듬해인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개천절을 맞아 이 회장 등 경제인 23명을 특별 사면·복권했지만 임기 초반과 달리 서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됐다.

김 전 대통령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이 있던 사이였지만 1992년 대통령 선거에 나란히 후보로 나서면서 정적이 됐고, 불편한 관계는 10여년 간 정 전 회장이 타계할 때까지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과 정 전 회장은 1980년대 초반 박용학 대농그룹 회장의 소개로 알게 돼 가끔 만나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1992년 국민당을 창당해 정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대표에 대해 “정직하고 경우가 바른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호감을 가졌다.

하지만 1992년 초 14대 총선 직후 전략적 제휴가 무산되자 둘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해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 진영에서는 막판까지 정주영 후보와의 제휴를 추진했지만 정 후보가 선거를 종주하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해 세무조사와 설비자금 대출 중단,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 불허, 기업공개 불허 등 목조르기가 이어졌다. 정 전 회장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사면 복권됐지만 생전에 두 사람 간의 화해는 없었다. 2001년 김 전 대통령이 서울 청운동에 차려진 정 전 회장의 빈소에 조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대업을 이룬 분인데 그런 족적을 남긴 분이 가시니 아쉽다”고 말하면서 악연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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