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 3·4세의 관심이 벤처캐피탈(VC)로 쏠리고 있다. 30~40대 젊은 예비 경영인인 이들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외 벤처기업들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준비 중이다.
2000년대 닷컴 열풍 당시 재계 2~3세들이 벤처투자에 적극 나섰던 형태와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은 VC를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의 창구로 벤처캐피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9일코오롱에 따르면 이 회사는 11월 초 '코오롱이노베이스'라는 사내 태스크포스(TF팀)를 조직하고, 벤처 육성과 청년창업지원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TF를 전담하는 인력은 현재 2명으로, 아직 팀을 꾸리는 초기 단계지만,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이 끝나면 별도의 벤처캐피탈로의 독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초기 운용 자금은 수십억원대로 알려졌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규모가 더 불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재 TF를 구성하고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본격적으로 투자가 되면 현재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설립된 코오롱이노베이스는 이웅열 회장과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특히 이 상무보가 코오롱 이노베이스를 직접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 측 관계자는 "이 상무보는 아직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라 직접 추진한 사안은 아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상무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해 지난 2일 상무보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이노베이스가 TF 형태로 조직되긴 했지만 TF 이름을 별도로 만들고 진행되는 것을 보면 하나의 벤처캐피털 회사로 확대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 3~4세의 벤처캐피털에 대한 관심은 이 상무보 뿐만 아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부장도 회사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육성 사업을 담당했다.
지난 1일 한화생명에 신설된 전사혁신실 부실장(부장)으로 승진한 김 부장은 2013년한화디지털팀장을 맡으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당시 그는 '드림플러스'라는 벤처 육성 사업을 담당했다.
드림플러스는 창업지원프로그램으로 운영됐지만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의 스타트업 발굴해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성격이 강하다. 한화에서 직접 발굴해서 투자하는 국내외 스타트업은 총 20개 정도다.
최근 김 부장이 핀테크 부문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배경에도 드림플러스가 있다. 그는 지난 9월 한화생명으로 옮겨 핀테크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최근 중국 핀테크 기업 디안롱사와 MOU 체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한화 S&C에서 60억원을 출자해 만든 벤처투자펀드 조성에도 관여했다.
재계의 차세대 경영인들이 최근 다시 벤처캐피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단순한 '경영수업' 목적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미리 확보하고 정부가 역점으로 추진하는 청년 창업 지원에도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3, 4세대들이 비교적 젊은 데다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온 경우가 많아 기존에 해왔던 사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의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 청년 창업 관련 펀드 등을 장려하는 분위기인 것도 한몫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은 V소사이어티 등 모임을 통해 벤처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