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 1400만 가구 가량이 이달 중순으로 정해진 검침일 때문에 올여름 수천억원의 초과요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검침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자체검침이 가능한 신축 아파트단지 조차 18일로 배정해 사실상 부당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한전과 주요 아파트단지들에 따르면, 한전은 고압전력을 사용하는 전국 아파트단지 850만 세대에 대해 일괄적으로 매월 18일 과금하고 있다. 또 18일을 제외한 중순과금(15일~24일)인 3차와 4차, 5차 과금가구는 550만 가구로 추정되는데 18일 과금가구를 합하면 1400만가구가 넘는다. 이는 전체 2300만 계량가구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한전은 검침일을 기준으로 한달치 요금을 부과한다. 한전의 검침일은 △1차 1~5일사이(25일 납기) △2차 8~10일사이(말일 납기) △3차 15~17일(다음달 5일 납기) △4차 18일~19일(다음달 10일 납기) △5차 22일~24일(다음달 15일 납기) △6차 25일~26일(다음달 20일 납기), △ 7차 말일검침(다음달 18일납기)으로 정해져있다.
앞서 한전의 제각각 과금기간 때문에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전기료를 부과받게된 가구는 월초~말일 과금가구에 비해 올여름 2배 안밖의 추가적인 전기료 납부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기간에 해당하는 7월말과 8월초가 포함돼 에어컨 사용이 급증해 고배율 누진구간인 4~6단계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매월초나 말일 검침지역은 무더위가 분산돼 고배율 누진단계 과금가능성이 작다. 7월초나 8월말은 폭염시기는 아니어서다.
중순과금에 해당하는 가구가 전월보다 5만원씩만 전기료를 더 낸다고 가정해도 1400만 가구가 7000억원을 추가로 내야하는 셈이다.
검침일은 어디까지나 한전이 결정하는 것으로 소비자는 선택권이 없다. 한전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검침일 변경요구에대해 "검침인력 부족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묵살해왔다.
결국 여름철 전기료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월초~월말 과금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전은 검침원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같은 유틸리티 서비스인 가스나 수도의 경우 매월1일~말일까지 과금하고 있어 앞뒤가 맞지않다는 비판이 많다.
게다가 최근 4~5년새 신축아파트 상당수는 자체 원격검침시스템을 설치해 관리사무소가 한전에 세대별 검침데이터를 취합해 전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10만세대가 넘는 세종시 아파트 대부분은 고압전력을 사용(18일 과금)하며 자체 검침시스템이 갖춰져있다. 제각각인 전기료 과금기간이 검침인력 부족 때문이라던 한전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세종시 첫마을 6단지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단지 자체적으로 세대별 전기사용량을 취합해 엑셀로 한전측에 보내고 있다"면서 "한전 검침원이 아파트를 찾을 이유도 없고 입주이후 본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체 단지의 총 전력전산량만 매월 1회 방문 확인한다.
한전측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전의 검침관련 부서 관계자는 "고압전력 사용 아파트의 경우 관례적으로 매월 중순과금을 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신축아파트의 자체 원격검침시스템을 고려해서 작업한다면 충분히 월말 기준으로 과금이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반드시 중순검침이 불리한게 아니며 혹한기의 경우도 고려해야한다"면서 "한전 내부적으로는 아파트는 단지의 경우 원하면 월말과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측은 공식적으로 "스마트전력계량기(AMI)가 보급되는 2020년까지는 검침일 조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