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동쪽방향으로 약 70km 떨어진 야스페니사루 (Jaszfenyszaru)에 위치한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SEH). 지난 5일(현지시간) 방문한 이곳 V3 공장 내 메인 제조라인에서는 유럽향 루브르 TV 신제품 조립이 한창이었다.
작업장 내에는 총 10개 라인이 위치해 있었으며 한 라인당 약 35명씩 근무중이다. 전 라인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TV 대수는 약 3만6000~4만대. 슬로바키아와 함께 구주지역 삼성전자 TV 생산·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공장 모습이다.
◇고객 밀착형 생산…셰리프 TV 전량 생산=삼성전자 헝가리 법인은 지난 1989년 설립돼 그동안 영국, 스페인 공장의 통합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V1, V2, V3 등 세 개 동으로 이뤄진 공장 전체 대지 면적은 23만6000㎡, 건물 면적은 총 7만8000㎡다. V1은 자재창고로 쓰이고 V2는 LCM(액정모듈)·SMD(칩을 심은 기판) 제조를, V3는 LED(발광다이오드) TV 등 완제품을 만드는 메인 제조라인 등을 담당하고 있다.
헝가리 법인에서는 일 년 동안 약 700만 대의 TV가 생산된다. 2002년 설립된 슬로바키아 공장과의 생산물량을 합치면 올 연말까지 유럽 지역에 누적으로 공급한 TV 대수는 1억5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안윤순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장(상무)은 "헝가리의 생산법인은 중소형 제품은 물론 UHD(초고선명) TV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 중"이라며 "슬로바키아 법인은 퀀텀닷 SUHD(삼성의 최고급 초고선명 TV 브랜드명) TV, 스마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LED 디스플레이 등 대형 TV와 B2B(기업간거래) 제품을 공급중"이라고 설명했다.
가구와 가전의 경계를 넘나들며 올 한 해 혁신 상품으로 손꼽히는 '셰리프 TV'의 전량 생산도 헝가리 생산법인이 담당중이다. 셰리프 TV는 프랑스 출신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해 화제가 된 제품이다.
안 법인장은 "셰리프 TV는 특화된 가전으로서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큰 수요가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한 곳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유럽 출신이어서 유럽풍 가구에 어울릴 것이란 점도 이곳이 주력 단독 생산법인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생산법인은 시장에서 주문한 TV가 즉시 생산되는 고객 밀착형 생산 체계가 강점이다. 공장은 셀라인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전문화된 직원들이 완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TV는 평균 3일이면 유럽 주요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법인장은 "순수한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은 한국에서 하겠지만 현지 생산법인별로 제조혁신 관련 연구소 건립을 준비 중"이라며 "각 현지법인의 특성을 살려 생산성이나 자동화를 진행하는 것은 해외 거점별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헝가리 국민 브랜드…브랜드 선호도 51%"=삼성전자 헝가리 법인의 또다른 특징은 삼성이 헝가리 내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점.
헝가리 생산법인은 2005년 매출 11억3000만달러(USD)을 기록한 이래 2015년에는 22억500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해 헝가리 기업 순위 5~6위권의 국민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기준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삼성이 51.1%로 경쟁업체 2위사(19.0%)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
헝가리 내 TV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헝가리 평판TV 시장에서 44.2%의 점유율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스포츠 이벤트 영향으로 퀀텀닷 SUHD TV가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이상 성장하는 등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52.4cm(60인치)형 이상의 대형 TV 시장에서도 65.3%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삼성전자 헝가리 법인이 이같은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생산라인 자동화의 자체 노력 뿐만 아니라 헝가리의 친기업적인 정책도 큰 영향을 줬다.
안 상무는 "헝가리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기업일수록 혜택을 주는데 야스페니사루시는 수도에서 70여Km떨어진 곳으로서 공장설비나, 금형투자 등에서 법인세 환급혜택을 받고 있다"며 "투자 규모에 따라서 법인세 환급율이 정해지는데 상당 부분을 돌려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받는 혜택만큼 헝가리 법인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바도 크다.
삼성전자는 TV와 태블릿, 전자 칠판 등 첨단 제품을 사용해 IT 교육을 받는 삼성스마트 스쿨도 운영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기술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의 인력이 약 5600명인데 성수기에는 이 중 2400명이 삼성에서 근무해 고용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헝가리는 기초과학이 발달한 나라인데다 나라의 크기가 한국과 비슷하고 천연자원 생산량이 많지 않아 학구열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성이 닮았다는 평가다.
또 임금은 우리나라의 1/2~1/3 수준이다. 헝가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만3000불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임금은 아니라는 설명.
헝가리법인이 설립된지 30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한 공장에서 부자가 함께 일하는 경우도 있다. TV 제조 라인에서 근무중인 벨로츠 졸탄씨는 "마을 가구당 한 명 이상이 이곳에 근무하고 있어 마치 대가족과 같다"며 "우리 가족 중에서도 아버지와 동생이 같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