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주황빛 투창이 고철(스크랩) 무더기에 쉴 틈 없이 내리꽂힌다. 전류의 힘은 선명히 보이는 1600 °C 열에너지로 바뀌어 하루평균 3300톤의 고철을 녹인다. 건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의 첫 생산 과정이다. 17일 방문한동국제강인천공장의 심장 '에코아크' 전기로는 힘찬 박동을 24시간 이어나갔다.
"이래봬도 꽤 똑똑한 녀석입니다."
전기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과 열기 탓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현장 관리자 설명에 더 귀를 기울였다.
에코아크는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와 전기로 속에 고철을 밀어 넣는 '샤프트'로 구성된다. 다른 전기로와 차별화되는 핵심은 샤프트. 전기로에서 발생한 900°C의 폐가스를 재활용해 그 안의 고철을 미리 데워 물렁물렁한 고체와 액체 중간 상태로 만든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30% 올리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에코아크(ECOARC)는 친환경 아크식 전기로란 의미다.
2010년 설치된 이 설비는 운용 안정화에만 3년이 걸렸다. 기술의 원조 격인 일본에서도 에코아크를 24시간 풀가동한 경험이 없다. 백지 상태에서 운용 안정화 방안을 고심하는 동안 전기로 내 산소 성분 최적화 기술을 덤으로 얻었다.
성분 최적화 기술로 순도 높은 빌릿(반제품 형태의 철강)을 생산해 열을 식힐 필요없이 바로 압연공정(얇게 눌러 최종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불필요한 공정을 없애 전력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추가로 줄이게 된 셈이다. 이제는 일본에서 동국제강에 운용 기술을 전수받으러 온다.
어쩌면 사양 산업인 철근 제조업을 위해 동국제강은 10년간 꽤 공을 들였다. 이찬희 봉강관리담당 이사는 공장을 병풍처럼 둘러싼 아파트단지를 가리키며 "주거지에서 이 공장이 살아남은 비결은 친환경 기술을 얻기 위해 무던히 노력할 결과였고 지금까지 중국산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건 어쩌면 그런 몸부림이 제값의 보상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장은 우리나라에 철강 공단 개념이 없던 1950년대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자리를 잡았다. 지역 발전과 함께 공장 주변으로 주거지가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1970년대 현대식 전기로 제강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고 1990년대 100톤급 직류전기로를 최초 가동한 인천공장의 발자취는 철강업계 '에너지 친환경화'의 역사다.
이 같은 인천공장 노력의 성과는 단순히 공존에만 멈추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과 동전의 양면인 전력 사용 최소화는 전력 비용이 원가의 10%를 차지하는 철근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꿨다.
'철근의 재탄생'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동국제강에 단비와도 같았다. 한때 회사 주력제품이던 후판은 조선경기 침체로 원재로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해 팔수록 적자를 보던 차였다. 2011년 회사 매출의 42%를 차지한 후판 판매는 지난해 13%까지 곤두박질쳤다.
후판을 대신할 구원투수가 필요했던 동국제강은 수익성 높은 철근을 많이 팔았고 지난해 철근 매출은 약 1조4000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했다. 매출 비중은 2011년 23%에서 꾸준히 올라갔다. 이는 동국제강이 지난해 5년 만에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한 발판이 됐다. 인천공장의 철근은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의 절반을 도맡았다.
철근 수익성과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동국제강의 고심은 에코아크 밖에서도 진행 중이다. 공장 한 켠에 위치한 가공철근 제작 구역에서는 철근을 실타래처럼 둘둘 말아놓은 '코일철근'(제품명 DKOIL)이 생산 중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 끊어서 사용할 수 있어 직선 형태의 일반 철근보다 남아서 버리는 비중이 최대 6%포인트 낮다. 현장 수요를 높이고 낭비는 줄이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2015년 30만톤 수준이던 코일철근 수요는 지난해 50만톤으로 불어나며 동국제강 실적 개선의 또 다른 효자 노릇을 했다.
이 이사는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산 제품의 공세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며 "생산 전 과정에서 인천공장만이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