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메모리 가격 1년새 4배 올라"..중동 전쟁으로 알루미늄·플라스틱·물류비 상승까지 겹쳐

IT·가전업계 전반에 원가 압박이 커지면서 수익성 관리가 기업들의 최대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패널 가격 상승에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물류비 부담까지 겹친 탓이다. 제품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올해 1분기 40~50% 상승했고, 2분기에는 20%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2분기말 최종 소비자 가격이 25%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원가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4% 수준이던 제조원가 내 메모리 비중은 최근 40%까지 확대됐다. 도매가 800달러 수준의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비용이 약 63달러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291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가격이 약 4.6배 오르면서 전체 제품 원가도 55.7% 상승한 셈이다.
모바일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원가 상승분은 올 2분기부터 소비자 가격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전력관리칩(PMIC) 등 주요 스마트폰 반도체 가격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에서도 원가 부담은 나타나고 있다. 루웨이빙 샤오미 스마트폰 부문 사장은 최근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동일 사양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가격이 거의 4배 가까이 올랐다"고 밝혔다. 램 12GB(기가바이트)·저장용량 512GB 제품 기준으로 약 1500위안(약 200달러)의 원가 상승이 발생했다. 삼성전자(193,100원 ▲6,900 +3.71%)와 샤오미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일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TV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평균 가격은 76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8.6% 상승했다. 패널 가격 추가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재고 확보 움직임 등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올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국제 가격 지표로 활용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선물 가격(3개월물)은 최근 톤당 3523.8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약 9%를 차지하는 걸프 지역의 생산 차질 우려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알루미늄은 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가전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국내 기업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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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원료 가격도 상승세다. 플라스틱 수지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톤당 1127달러로, 연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TV와 가전은 물론 스마트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비 부담 역시 확대되고 있다. 세탁기·냉장고 등 부피가 큰 제품은 물류비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파생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적용하기로 한 점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세운 상태다. 원가 상승분을 즉각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만큼 내부 흡수 여력을 최대화하고 있다. 해외 저원가 생산 거점 활용하고, 재고 부품 건전화, 물류 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AI(인공지능) 적용을 통한 생산라인 최적화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원자재 공급사와의 계약 구조상 원가 상승이 즉각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며 "최근의 원가 상승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인상 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의 가격 결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