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TV와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자 평양 '특별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북한 내 수입이 급증한 중국산 LCD(액정표시장치) TV는 약 100개월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하다.
◇컬러TV 100~200달러 수준…냉장고는 '까까오' 장사꾼 전유물=24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5~2016년 북한의 중국 LCD TV 수입 규모는 약 5600만 달러(약 623억원)로 추정됐다. 평양 등 경제여건이 비교적 좋은 지역의 가정은 브라운관이 아닌 중국산 가전제품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탈북한 김철민(가명) 씨는 "중국산 LCD TV는 주로 대도시로 몰리는 편"이라면서 "평양 제1백화점이나 광복지구상업중심(쇼핑센터)에 전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중국산 최신 컬러 TV는 장마당에서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200달러 사이에 거래된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심해 공식적으로는 1달러당 북한돈 100원으로 환율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는 1달러당 북한돈 8000~9000원(남한 화폐와 8~9배 환율 차이)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 월급이 북한돈으로 3000원(약 1/3달러), 전문직은 4000~5000원 수준임에 비춰봤을 때 아무나 살 수 없는 아이템이다.
TV와 함께 남한에서 필수 가전으로 꼽히는 냉장고는 북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은 남한과 달리 음식을 그날그날 딱 해먹을 만큼만 하기 때문에 냉장고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장마당에 냉장고가 등장해도 거래되는 일이 드물 수밖에 없다. 냉장고는 대부분 (스틱형 아이스크림) 장사꾼들의 전유물로 전해졌다.
장마당에서 물건을 판 경험이 있다는 이수영(가명) 씨는 "북한에는 냉장보관의 개념이 없다"며 "가격은 TV보다 싸거나 비슷한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북한에서 한 달 생활비(4인 가족 기준)는 북한돈으로 30만원 정도 된다고 북한이탈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노동자 계층 월급의 무려 100배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각종 물건을 파는 '행상꾼'으로 20만~30만원을 벌며 빠듯하게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대학을 마친 박철희(가명) 씨는 "북한은 대부분 장사와 같은 자영업으로 돈을 번다고 보면 된다"며 "월급만으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행상꾼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냉장고 캐파 연간 5만대 추정…"남북경협, 전력사업 추진"=북한 가전제품의 수준이나 캐파(생산능력)는 남한의 1990년대 수준이라는 게 남한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TV와 세탁기, 냉동기와 같은 민수용 전자기기의 경우 북한 전역에 세워진 39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2000년 초반 기준 북한의 냉장고 캐파는 연간 5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나, 에너지와 원자재 등의 부족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남포통신기계공장에서 생산되는 TV의 연간 캐파는 2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는 게 전부다.
북한에도 반도체 공장이 있다. 평양집적회로공장(2극소자직장), 평성반도체공장, 조선반도체공장 등에서 점 접촉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등 초보 형태의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 산업계에서는 북한과 전자분야 경협은 원활한 전력 공급이 전제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제조업 분야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 기본적인 인프라 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경제를 공부했다는 이석문(가명) 씨는 "북한은 알려진 대로 전기가 부족하다"며 "남한에서 양질의 전기를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가전제품 생산이 늘고 소비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