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내려놓은 롯데호텔, '월세'까지 받는 이유

유승목 기자
2021.03.30 15:44

최악의 실적쇼크 롯데호텔, 객실 채우기 위해 내국인 호캉스족 공략
객실만 1000실 달하는 서울 본점에서 레지던스 상품 흥행…시그니엘 등으로 확장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사진=롯데호텔

코로나19(COVID-19)로 위기에 처한 롯데호텔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비즈니스 중심의 특급호텔 본연의 서비스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룹 호텔사업의 본산인 롯데호텔 서울부터 자존심을 내려놓고 월세 상품을 내놓는 실험을 시작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호텔체인 롯데호텔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하다. 호텔·면세·테마파크·리조트 등을 다루는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인 롯데호텔은 지난해 3분기까지 2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3630억원으로 42.6% 감소하며 반토막났다.

롯데호텔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을 담당하며 매출을 늘려왔다. 국내외 호텔을 늘리며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렸다. 2017년 7270억원의 매출액이 2019년 906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최상급 브랜드인 시그니엘 부산과 글로벌 호텔의 각축장인 미국 본토 시애틀에 특급호텔을 오픈하며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글로벌 호텔체인으로 거듭나게 한 커다란 덩치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외 30여개 호텔에서 1만218객실(국내 6337·해외 3881)을 운영하는 만큼, 코로나 타격이 컸다.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비즈니스와 일본·중화권 여행객이 자취를 감추며 객실이 빈 것이다.

자존심 버리고 객실 채워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호텔 서울, 시그니엘 서울, L7 강남, 시그니엘 부산. /사진=롯데호텔

이에 생존을 키워드로 호텔업계 화두인 내국인 공략을 통한 객실점유율(OCC) 높이기에 나섰다. 과감한 변화보단 고급 서비스 유지에 집중했던 기존 전략을 과감히 바꿨다. 롯데호텔의 얼굴인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이른바 생활형 장기투숙 상품 '원스 인 어 라이프' 패키지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30박에 340만원(추가 1박당 13만원)에 이용 가능한 '월세' 상품이다. 재택근무 '집콕'으로 재부상한 '한 달 살기'를 꿈꾸는 호캉스족이 주 타깃이다. 호텔 뷔페를 조식으로 즐길 수 있고 투숙기간 내 청소와 세탁, 무료 주차는 물론 수영장 등 부대시설까지 이용 가능하다. 레지던스 상품이 3~4성급 호텔에서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한 상품으로 주로 판매됐단 점에서 업계 반응이 엇갈렸다.

객실만 1000개에 달하고, 기존 고객층이 사라진 만큼 불가피한 고육책이었다. 반응은 의외로 '핫'했다. 지난 8일 출시 후 첫 주에만 20실 이상을 판매했다. 전부 30박 상품으로 가정하면 실질적으로 600실 이상을 판매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일반 투숙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투숙률이 낮은 평일까지 채운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도 챙겼단 분석이다.

이에 롯데호텔은 시그니엘 서울과 부산, 롯데호텔 제주 등 전국 16개 호텔로 확장키로 결정했다. 시그니엘 서울에선 30박 동안 호텔 내 식음업장에서 사용 가능한 크레딧 100만원을 포함, 럭셔리 차량인 롤스로이스로 픽업해주는 등의 혜택을 주는 등 지역·브랜드 특성에 맞춰 상품을 구성했다. 롯데호텔은 현재 리뉴얼 중인 잠실 롯데호텔 월드 일부 객실도 레지던스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선보인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호텔 기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것처럼 다양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착안해 실속형 혜택을 포함한 장기투숙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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