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양재동 시대'를 정리하고 '판교시대'를 연다.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을 떠나 판교 크래프톤타워로 이전한다. 대표적인 제조업종인 대형 철강회사가 'IT기업의 성지'라 불리며 소프트웨어 중심인 판교에 핵심기지를 두는 건 현대제철이 처음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임시이사회를 통해 서울사무소 이전 계획을 의결했다. 최근 임대차 계약을 매듭지었다. 올 연말 이전한다. 양재동 사옥에 입주한 조직뿐 아니라 인근에 분산된 조직들도 함께 이주해 통합 사무소를 구축한다. 현대제철 본사 주소지는 인천공장이지만, 그동안 서울사무소가 본사 역할을 해왔다.
현대제철은 구성원들에 이번 이전 계획과 이에 따른 청사진을 공개하는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설 연휴 전후 정기이사회를 통해 이전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0년 서초구 잠원사옥을 매각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자 현금자산의 중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그룹도 계열사들에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지침을 하달했었다.
현대제철은 잠원사옥 매각 후 해당 사옥 근무자들을 양재동 본사와 동원산업빌딩 등에 분산시켰다. 이후 업무공간 부족과 사업부제 실시 후 조직 분산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저하가 사내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통합사무소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전격 판교행이 성사됐다.
올해 현대제철은 스마트 팩토리를 한 단계 진화시킨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예고했다.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생산 기능의 첨단화라면,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는 시스템·인프라 등 제조 전 과정의 관리체계 첨단·고도화를 의미한다. 현대제철은 이번 판교 이전을 계기로 스마트 오피스까지 구축해 철강업계 스마트화를 선도할 방침이다. 스마트 오피스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방안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으나, 수소환원제철과 수소·전기차 소재사업 등에 원활한 지원과 영업을 위한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이다.
크래프톤타워는 2018년 준공됐다. △알파돔타워 △카카오판교아지트 △판교테크원 등과 함께 신분당선·경강선 환승역인 판교역 지상에 들어섰으며,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마주했다. 기존 판교 테크노밸리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가깝고 유동인구가 높다. 자연스레 테크노밸리를 떠나 이곳에 둥지를 트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크레프톤타워에는 네이버웹툰이 자리했으며, 이웃한 알파돔타워에는 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입주했다. 현대제철이 입주하게 된 크래프톤타워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 미래자동차 연구조직 '선행기술원'이 입주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대제철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서관에는 현대차·기아 등의 R&D 관련 부서들이 입주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직원들의 이동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여러 후보지를 물색하다 판교로 이전하는 방안을 확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