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항공유, 쓸수록 인센티브 준다…"우리도 기준 마련을"

이세연, 최경민 기자
2023.11.23 16:45

[MT리포트-빗장 연 지속가능항공유(SAF)]③걷는 한국 위에 나는 美-EU-日

[편집자주] 현 시점 항공기의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 지속가능항공유(SAF)다. 미래 시장성이 확실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발목을 '법'이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말뚝이 뽑혔다. 정유사들은 마침내 걸음마를 뗄 수 있게 됐다.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SAF(지속가능항공유) 사업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그치치 않고 구체적인 목표와 인센티브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월드에너지(World Energy)·제보(Gevo)·란자젯(LanzaJet), 핀란드의 네스테(Neste), 프랑스의 토탈(Total), 영국의 에어BP(Air BP), 일본의 이데미츠(Idemitsu) 등이 SAF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선진국은 2020년 무렵부터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SAF 시장에 대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는 배터리, 선박은 수소 혼소와 같은 방식으로 넷제로(탄소순배출 0)를 추진할 수 있지만 항공기는 안전 문제로 인해 불가하다. 이에 동·식물성 기름, 폐기물, 가스 등으로 만든 SAF를 일반 항공유와 섞어 쓰는 방식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런 시장성에 일찍이 눈을 뜬 것이다.

미국은 가장 적극적인 SAF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다. 2050년까지 연간 350억 갤런 규모의 항공연료 수요 100%를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눈에 띈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해서는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된 SAF에 대해 갤런 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내 SAF 생산 시설의 수를 확장하기 위해 2021년부터 5년 동안 1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책정하기도 했다.

유럽은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EU는 기존 항공유에 SAF를 섞는 비율을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잡았다. 프랑스는 아예 지난해 자국 출발 항공편에 SAF 1% 혼합 사용을 법제화했다. 투자도 활발히 이뤄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월 SAF 공장 설립 등에 2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은 SAF 지원을 위해 1억6500만 파운드 규모의 펀드를 형성했다.

일본 역시 SAF에 진심이다. '에너지 공급 구조 고도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30년까지 항공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다. 일본 항공사에 SAF를 공급할 수 있는 제조, 원자재, 운송 인프라 개발도 지원한다. 일본 기업이 참여한 해외 사업에서 생산하는 SAF 수입품에 대한 면세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정유사의 SAF 사업 진출을 가로 막고 있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의 개정에 여야가 합의했다. 일단 환영할 일이지만, 선진국 정부와 기업이 구체적인 정책·사업 목표에 발맞춰 앞서 나가는 것 대비 뒤처졌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빗장을 연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비전과 인센티브 안을 확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훈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SAF 정책 수립을 위한 콘트롤타워인 'SAF 이니셔티브 및 상용화 지원단'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실정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를 만드는 게 열쇠가 될 것"이라며 "정유사가 생산한 SAF에 인센티브를 줬을 때 나올 반발, 풍력 등 다른 신재생 에너지 지원금과의 평형성 등의 문제를 논의할만한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