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전자 검사 기업 '23andMe'(23앤드미)가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DTC(소비자직접시행) 분야 주요 기업인 만큼 많은 이에게 충격적 소식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유전체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23앤드미'의 위기는 유전체 산업의 쇠퇴가 아닌 '소비자 신뢰 하락'이 주효해서다.
'한국유전체기업협의회' 부회장을 맡은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사진)는 "23앤드미의 파산 보호 신청은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유전자 검사 기업의 개인정보 책임과 사업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유전자 검사 산업은 법과 제도에 기반한 안정성이 강점"이라며 "이번 사건은 '위기'가 아닌 국내 기업의 글로벌 헬스케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데이터 기반 산업에서 '신뢰는 곧 생존'이라는 시사점을 남겼다. 23앤드미는 유전체 정보를 사전 고지 없이 제3자에게 판매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유전자 검사 산업 전반에 걸쳐 제도적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특히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유전체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파기까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이 체계적으로 담보되고 있다.
신 대표는 "한국은 검사자의 유전 정보를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고 기업의 존속 여부와 무관하게 데이터는 언제든 안전하게 폐기돼야 한다"며 "검사 의뢰 단계에서부터 의료기관을 통해 정보가 익명화되고 민간 검사 기업에서도 이중 코딩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구조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유전자검사 품질의 신뢰성과 개인정보 보호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매년 유전자검사기관을 대상으로 '유전자검사 숙련도평가'와 '유전자검사 인증평가 실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 평가는 검사 정확도와 검사실 운영, 품질관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검사기관 간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강력한 법제도 기반과 검사 신뢰성 확보 체계를 바탕으로 유전자검사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게 한국유전체기업협회의 입장"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특히 유전체 검사 기업들이 '일회성' 검사에서 '지속적인 건강관리'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3앤드미는 'DNA 조상찾기' 등 흥미 위주의 서비스로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반면 메디젠휴먼케어의 경우 질병 관련 유전자 결과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추적 관찰과 건강 관리에 필요한 연속형 서비스로 유전자 검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메디젠휴먼케어는 병원 및 건강검진센터를 통해 받은 검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의료진에게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정보로 제공한다"며 "해외에서도 이를 인정받아 국방부 대상 유전체 모니터링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라고 했다. 또 "이런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위해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방법이 필요하다"며 "당사는 국가 기관에서 제안하는 멀티 방화벽은 물론 민감정보의 코딩화와 개인정보 암호화를 구축했는데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관과도 공유할 수 있는 안전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오히려 한국 유전체 기업들에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와 민간이 협력,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 대표는 △유전체 분석 기술의 고도화 △정밀의료 및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와의 연계 △개인정보 보호 규제 및 개인 유전체 정보의 정부 기탁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는 2023년부터 '정밀의료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유전체 정보 기반의 질병 예측 및 예방, 맞춤 치료 실현을 위한 기술 개발과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는 상황"이라며 "그렇지만 유전체 산업의 확장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일원화된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유전자검사에 대한 관리·감독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유검평), 국가생명윤리정책원(국생원)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고 새로운 규제가 중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유전자검사 관리 체계를 오랜 기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부와 민간 전문기업 간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신뢰와 기술, 제도적 기반을 갖춘 한국 유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개선과 민간의 기술 혁신이 맞물린다면 한국의 유전자 검사 산업은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성장 축으로 부상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