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재무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등 주요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지불하는 항공업 특성상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졌다.
18일 대한항공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순외화부채는 올 3분기 약 48억달러에 달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시작가 1463원 기준으로 7조214억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만 변동해도 약 48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전년 동기 약 33억달러와 비교해 45.4% 늘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순외화부채는 4조5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부채 부담이 커졌다. 3분기 기준 제주항공 5810억원, 진에어 2921억원, 에어부산 7114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수치다. 순외화부채란 외화로 조달한 부채에서 기업이 보유한 외화자산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금액이 증가하며 기업의 재무 부담이 늘어난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가 뉴노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이후 장 초반 기준 1450원을 밑돈 적이 없는 강세 흐름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연평균 환율은 2021년 1144.61원에서 매년 올라 올해는 이달 17일까지 평균 환율이 1415.48원까지 상승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1395원)을 비롯해 역대 최고치다.
고환율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까닭에 실적도 악화했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를 비롯해 유류비, 정비·부품 조달 비용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한다. 환율이 오르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환율이 1400원대 이상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비용 압박은 더 심해진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85억원, 영업이익 37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감소했는데 영업이익은 39% 줄었다. 주요 LCC들은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영업손실 550억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도 영업손실 2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 402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955억원으로 16배 증가했다.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나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환위험 관리 계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원화 고정금리 차입 확대를 추진하고 엔화·유로화 등으로의 차입 통화를 다변화해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고착화되면 외화 기반 지출이 많은 산업 특성상 재정적으로 압박일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회복을 위해선 환율 안정과 함께 비용 절감, 운항 효율화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