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관세 인상이란 대외 악재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사상 첫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발빠른 친환경차 수요 대응,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외형은 성장했으나 미국 관세 비용 반영으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양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합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300조3954억원이다.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관세와 인센티브 증가 영향에 따라 24.2% 감소했다. 합산 판매 대수는 0.6% 증가한 727만4262대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연간 매출액 186조2545억원, 영업이익 11조46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5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나 영업이익은 19.5% 감소했다. 판매 대수는 413만8389대를 기록했다. 기아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114조1409억원, 영업이익 9조7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년 연속 1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 판매 대수도 313만5873대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다만 영업이익은 28.3% 줄었다.
양사 모두 4분기에도 관세에 따른 수익성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 4월 관세 25% 부과 이후 같은해 11월부터는 15%로 조정됐지만 재고 물량 판매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5%의 관세 부담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9% 감소한 1조6954억원에 그쳤고 기아 역시 32.2% 감소한 1조84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관세 비용은 4조1100억원으로 기아와 합산하면 7조200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 내 친환경차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포함해 전년 대비 27% 증가한 96만1812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SUV(다목적스포츠차량)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가 성장을 견인했다. 기아 역시 연간 74만9000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며 17.4% 성장했다. 기아는 미국 시장 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카니발 하이브리드 수요 강세, 서유럽 전기차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판매 비중을 24.2%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415만8300대로 잡고 매출액 1~2% 성장과 영업이익률 6.3~7.3%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7조80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에 속도를 낸다. 기아는 올해 판매 335만대, 매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신차를 투입하고 유럽에서는 연초 EV2 출시를 통해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양사는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했다. 현대차는 연간 배당금을 주당 1만원으로 책정하며 주주와의 약속을 이행했다. 기아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300원 올린 6800원으로 결정하며 총 주주환원율을 35%까지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