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위에서 만드는 전기…"일손 부족한 농촌에 꼭 필요"

영광(전남)=권다희 기자
2026.02.03 04:31

[스마트에너지리포트]농업과의 공존, 영농형태양광④국내 첫 주민주도 영농형태양광 만든 월평마을

[편집자주] 기후변화 대응를 비롯해 에너지안보와 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이같은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제시해본다.
월평마을 영농형태양광 현장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지금 농촌은 노인들 밖에 없어 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건 재생에너지 밖에 없어요." - 월평마을 주민 정병석씨

전라남도 영광군 군청소재지 영광읍에서 서해안 방향으로 차를 타고 약 30분 이동해 도착한 영광군 염산면 야월리. 월평마을이란 또다른 이름을 가진 28가구 규모의 이 마을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과 기관들의 문의가 매주 끊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전라남도 완주군·해남군·화순군 의회와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곳을 찾았다.

곳곳에서 방문이 끊이지 않는 건 월평마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메가와트(MW)급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를 보기 위해서다. 월평마을회관 옆 둑을 건너 100m를 채 가지 않은 곳에 태양광 패널을 드리운 약 3000평 규모 농지가 바로 이 발전단지다. 1차로 1M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작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과 농업을 함께 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약 15년전부터 확산돼 왔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도 상업규모 영농형태양광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법에 영농형태양광을 할 근거가 없다. 월평마을의 경우 염해농지에서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게 한 법을 근거로 이를 실시했다.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농지를 태양광발전 부지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실험적으로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함께 해보자는 구상을 실현했다. 정부가 정책에 의해 하향식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시행사가 의기투합해 상향식으로 진행했다.

월평마을이 주목 받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실증단지가 아니라 실제 벼농사를 하는 논 위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를 경험한 유일한 사례여서다. 실제 논에 1MW 이상의 영농형태양광 단지를 지은 건 국내에서 월평마을이 처음이다. 시공사 측이 지난달 마을주민들에게 수확량에 대한 설명회도 열었다. 수확량이 약 2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구조물을 설치한 자리를 감안하면 주민들이 예상한 수준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영농형태양광을 필요로 하는 건 농민들이다. 월평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정병석씨(72세)는 "여기가 예전엔 서로 돕고 살았던 마을"이라며 "태양광 자체만이 목적이라기 보다 이웃끼리 돕고 사는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취지로 조합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원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의 이사다. 조합은 2022년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월평발전조합의 최대주주(56%)다. 나머지 지분은 시공사가 보유했다.

농촌의 고령화로 농업 영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소득 증대를 위한 필요성이 물론 절실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태양광 패널 기둥 자리나 기계가 못 들어가는 곳 고려하면 수확량이 30% 정도 줄어드는 건 기정사실이어도 발전으로 나오는 수익을 생각하면 이전보다 1.3배 정도 단위면적 당 수익이 늘어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이어 정씨는 "우리집 대파농사도 지금 다 됐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니면 수확할 사람이 없다"며 "농가를 위해서는 영농형태양광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재생에너지 수익을 연금 형태로 주는 구상들이 현실화하면 영광군 군민 수도 계속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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