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의 힘은 K밸류체인에서 나온다. 기업들은 단순 배터리 셀과 팩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원료 및 핵심 소재부터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얘기다.
1일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 규모는 올해 696억 달러(약 105조원)에서 2035년 1524억 달러(약 230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9.2%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리서치네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전기화 추세 속에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들에 대한 수요 역시 폭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시장성에 주목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유일의 양극재·음극재 동시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소재인 양극재 시장의 경우 LG화학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도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필수 중간 소재인 전구체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9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니켈 등 원료를 혼합해 만드는 전구체 생산에 국내 기업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LS그룹은 엘앤에프와 손잡고 새만금·온산(울산)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완성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합작사인 한국전구체(KPC)를 통해 국산 전구체를 공급한다. 연산(연간생산량) 2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 고려아연은 오는 2027년에 온산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나온 고순도 황산니켈을 KPC 등에 납품하는게 목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인도네시아 니켈을 활용해 전구체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흑연계 음극재를 대규모로 만드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뿐이지만, 음극재를 감싸는 전지박(동박)은 복수의 기업이 밸류체인을 지키고 있다. SK넥실리스는 현재 한국 전북 정읍(연산 5만2000톤)과 말레이시아(5만7000톤)에 동박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다. 폴란드 공장에서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료가 싼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 비중을 높이고 ESS(에너지저장장치)향 수주를 늘리면서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버티는 중이다. 특히 올해 ESS향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북 익산과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연산 8만톤 규모의 동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초극박·고강도·고연신 하이엔드 동박을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20% 안팎이던 ESS 매출 비중도 올해 40~6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익산 공장 전지박 라인을 회로박 라인으로 100% 전환해 AI(인공지능) 관련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총 8곳의 글로벌 배터리 및 완성차 고객사를 확보한 상황에서 헝가리에 연산 3만8000톤 규모의 생산거점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 건립할 생산기지의 경우 올해 하반기 완공이 예정돼있다. 북미와 유럽 모두에서 현지 생산 동박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을 살려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