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한국산 차량을 비롯한 기존 수입차들의 입지를 압박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생산 차량의 공세에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맞춤형 소형 전기차 신차를 투입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발간한 '2025년 연간 경제·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판매된 차량 중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의 비중은 2024년 5%에서 지난해 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차량의 EU 수입 물량은 30.7% 증가한 100만6188대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수입액 기준으로도 중국은 137억2400만유로(약 23조8000억원)를 기록하며 EU의 최대 자동차 수입국 지위를 확고히 했다.
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비중은 정체됐지만 중국산 차량이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 차량의 지난해 EU 내 판매 점유율은 3%, 일본은 4%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성장이 정체된 양상을 보였다. 각국이 권역 내 생산으로 현지화에 주력하는 영향도 있지만 중국산 차량이 점유율을 늘릴 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서도 중국산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반면 한국 브랜드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14만3457대에 그치며 전년보다 8.4%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 △코나 EV △EV3 △EV6 등의 판매가 감소하면서다. 중국 BYD는 같은 기간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2.7%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3만6069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부터 현지 수요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유럽 현지 전략형 모델인 'EV2'의 가격을 BYD의 동급 모델보다 390유로(약 67만원) 저렴한 2만6000유로대로 책정해 중국산 전기차와 가성비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차도 이달 중 소형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인 '아이오닉 3'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하반기 본격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3는 '아이오닉 9'을 출시한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신차다.
실제로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은 소형·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 누적으로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37만96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이에 독일 폭스바겐과 프랑스 르노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도 소형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 하반기 유럽 시장에 소형 전기 SUV 'ID.크로스'와 소형 전기 해치백 'ID.폴로' 등 2개 차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침투가 빨라지면서 현지 업체들도 저렴한 가격에 신차를 내놓고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엔트리급 라인업의 성패가 유럽 시장 저변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