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장 돌리는 바람…발전사·기업 '윈윈'[넷제로 케이스스터디]

군위(대구)=권다희 기자
2026.05.09 06:30

<19>경북 대구시 군위군 '풍백풍력', 삼성전자에 전력 '직거래'
서부발전, RPS 제도 기반 정산 대신 기업에 풍력발전 직접판매
급증한 기업 재생e 수요 포착해 사업 구조 변경
재생e 없어서 못 사는 대기업은 물량 확보·서부발전은 수익성↑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풍백풍력발전 전경 사진/사진제공=한국서부발전

대구광역시 군위군과 경상북도 의성군 경계에 위치한 매봉산 능선을 따라 대형 풍력터빈 15기가 돌아간다. 이곳은 지난해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75MW(메가와트) 규모의 '풍백풍력 발전단지'다.

산세가 깊은 이 지역은 풍속이 양호한 데다 지형 영향으로 바람의 흐름 변화가 커 육상풍력 발전에 적합한 입지로 꼽힌다. 현재 이곳에서는 5MW급 터빈 15기를 통해 연간 약 13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생산된다. 4인 가구 기준 약 3만5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풍백풍력 발전사업 개요/그래픽=윤선정(사진=권다희 기자)

재생e '직거래'로 전환…발전공기업·삼성전자 '윈윈'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한국서부발전·SK이터닉스·한화자산운용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풍백풍력발전'을 통해 삼성전자에 공급된다. 풍백풍력발전이 삼성전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SK이터닉스가 전력공급사업자 역할을 맡는 구조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 공기업이 참여한 육상풍력 사업 중 기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구조를 기업 RE100(재생전력 100%)용 직접 PPA 방식으로 전환한 첫 사례이자, 이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자·수요자 모두 '윈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발전 공기업은 사업 수익성을 개선하고, 수요기업인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물량을 확보해 양측 모두 실익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다.

그간 발전 공기업들은 RPS 제도에 따라 자신들이 투자한 사업장에서 생산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직접 확보해 의무 공급량을 채우는 데 우선 활용해 왔다. 풍백풍력 사업 역시 당초에는 이 같은 구조로 추진됐다.

특히 이 사업은 육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21년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에는 풍력 사업 자체가 많지 않았고, REC 정산 구조 역시 태양광 등 전체 재생에너지의 가중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됐다. 풍력에 주어지는 가중치를 고려해도 당시 재생에너지 공급가격 하락과 태양광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발전단가 탓에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지난달 28일 풍백풍력 발전단지에서 가동 중인 터빈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제도·시장 변화 맞물리며 사업 구조 전환

서부발전은 기존 구조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업 구조를 재검토했다. 마침 정부는 2024년 풍력 고정가격 입찰 시장에서부터 기존 RPS 의무 이행뿐 아니라 기업 RE100용 PPA 활용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열었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까지 맞물리며 기업들의 장기 고정가격 기반 재생에너지 조달 수요도 커졌다. 서부발전과 SK이터닉스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수요처를 찾았고, 삼성전자와의 직접 PPA 계약으로 방향을 전환해 지난해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구조 전환은 발전 공기업과 수요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우선 서부발전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높은 가격 기반의 PPA 구조를 통해 사업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확보해 RE100 이행 기반을 확대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국내는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 등으로 해외 대비 조달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풍백풍력 현장에서 만난 김동일 서부발전 풍력사업부 차장은 "시장형 공기업으로서 사업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가 맞물려 전환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차장은 "기존에는 REC 비용 일부가 전기요금 재원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민간 기업이 재생전력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공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28일 대구광역시 군위군 소재 풍백풍력 사무실에서 만난 김근호 풍백풍력발전 대표(사진 왼쪽)와 김동일 서부발전 풍력사업부 차장/사진제공=서부발전

9년 만에 첫 삽, 12년 만에 결실

상업운전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3년 지자체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실제 착공 시점인 2022년까지 약 9년이 걸렸다.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절차 변화 등에 대응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주민 수용성 확보 역시 핵심 과제였다. 사업자 측은 소음과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사업자와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민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공사 과정의 불편 사항을 실시간으로 조정했다.

또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바람의 신 '풍백(風伯)'에서 사업명을 따오고, 지자체와 협력해 관광 인프라 조성 등을 지원하는 등 긴 호흡의 상생 방안도 함께 추진했다.

현재 현장에서는 오는 6월 예정된 종합 준공을 앞두고 일부 토목 공사와 산림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자 측은 준공 이후에도 사후 환경영향평가와 산림 복원 모니터링을 해 장기적인 생태 회복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김근호 풍백풍력발전 대표는 "발전단지 조성 이후에도 환경 영향을 꾸준히 관리하고, 복원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부발전은 향후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PPA 활용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일 차장은 "육상풍력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수요와 재생에너지 공급을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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