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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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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상북도 포항시 옛 도심인 남구 효자동 한 길목에 이르자 지금은 멈춰 선 철길 위에 '포항 철길숲'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옛 포항역을 오가던 동해남부선 구간이 10여 년 전 폐선된 후 남겨진 철길 쪽으로 걸음을 조금 옮기자 이내 아스팔트 열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숲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례적으로 무더운 5월 날씨를 기록했던 이날, 숲 안으로 발을 들이자 30℃에 육박하던 대기 온도가 한층 가라앉고 대기의 질 역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한층 청량해졌다. 이날 오전 철길숲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숲 인근에 거주하는 최희재씨(65)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이 길을 찾아 한 시간씩 운동 삼아 걷는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도 이 숲길이 주는 행복감과 쾌적함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 채수철씨(62) 역시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집 앞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며 "아침, 저녁으로 매일 두번씩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찾아간 강원도 삼척시 교동의 한 한적한 주택가. 겉보기에는 깔끔하게 지어진 평범한 타운하우스 단지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실체는 조금 특별하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남는 전기는 수소로 저장했다가 다시 전기로 쓰면서 냉난방에는 지열과 연료전지 폐열을 활용하는 '통합 수소 시범단지'이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햇빛 전기로 그린수소 만든다━더욱 특별한 건 단지 실험공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삼척시가 운영하는 이 수소타운은 2024년 9월부터 삼척시청 소속 여자 핸드볼팀 선수들의 실제 보금자리가 됐다. 현재 선수 10여명이 한 주택당 4명씩, '1인 1실' 기숙사 형태로 거주하며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이 적용된 주거단지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타운하우스 내 주택 한 곳은 삼척시 홍보용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돼 외부 방문객이나 시청 방문 손님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단지는 2024년 6월 인증과 시운전에 들어간 뒤 같은 해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본격적인 데이터 수집·실증 과정을 거쳤다.
대구광역시 군위군과 경상북도 의성군 경계에 위치한 매봉산 능선을 따라 대형 풍력터빈 15기가 돌아간다. 이곳은 지난해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75MW(메가와트) 규모의 '풍백풍력 발전단지'다. 산세가 깊은 이 지역은 풍속이 양호한 데다 지형 영향으로 바람의 흐름 변화가 커 육상풍력 발전에 적합한 입지로 꼽힌다. 현재 이곳에서는 5MW급 터빈 15기를 통해 연간 약 13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생산된다. 4인 가구 기준 약 3만5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재생e '직거래'로 전환…발전공기업·삼성전자 '윈윈'━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한국서부발전·SK이터닉스·한화자산운용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풍백풍력발전'을 통해 삼성전자에 공급된다. 풍백풍력발전이 삼성전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SK이터닉스가 전력공급사업자 역할을 맡는 구조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 공기업이 참여한 육상풍력 사업 중 기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구조를 기업 RE100(재생전력 100%)용 직접 PPA 방식으로 전환한 첫 사례이자, 이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자·수요자 모두 '윈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동해시 도심에서 차로 약 10분 떨어진 북평국가산업단지. 수십 년간 시멘트·금속 산업으로 대변됐던 '굴뚝 도시' 동해시의 경제를 뒷받침해 온 이곳에 전 세계 수소 산업 관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 있다. ━동해 실증단지, 전세계 수소 전문가들 연이어 방문━지난 3월 말 덴마크 녹색전환을 위한 민관협력 기관 '스테이트 오브 그린'과 덴마크 수전해 기술 기업 톱소 관계자들이 방문했고, 이 보다 앞서 최근 수년간 독일 수소 기술 기업, 불가리아 수소 협의체, 인도네시아 정부 대표단, 요르단 정부 관계자들, 유엔 CTCN(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 회원국 정부 관계자 그룹 등이 이 곳을 찾았다. 먼 이국땅의 전문가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 건 이 산단에 들어선 그린수소 실증단지다. 한국동서발전(이하 동서발전)이 산단 내 유휴부지를 지난 2017년 매입해 2020년부터 그린수소 연구개발(R&D) 실증 장소로 사용하기 시작하며 국내 그린수소 연구의 핵심 장소가 됐다. ━태양광으로 만든 그린수소, 더 안전한 생산 실증 ━지난달 13일 '동해 그린수소 실증단지'라고 적힌 입구를 통과하자 거대한 태양광 발전 단지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백석 체육센터 수영장은 난방비를 따로 내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온 열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간 약 2억원의 난방비가 절감된다. 버려진 쓰레기가 주민 복지로 돌아오며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줄이는 구조다. 이렇게 쓰레기가 '돈'이 되고 있다. 단순히 태워 없애는게 아니라 금속, 가스까지 뽑아내며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수익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고양시 사례는 폐기물 자원순환을 가장 입체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1700도 고온으로 녹여 '금속'을 캐다━지난 3일 찾은 고양환경에너지시설은 고양시 생활폐기물(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의 약 60%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에서 경남 양산과 함께 단 두 곳뿐인 '용융(Melting)' 방식 소각장을 운영 중이다. 용융이란 폐기물을 단순히 불에 태우는 일반 소각과 달리 1700℃ 이상의 초고온에서 폐기물을 완전히 녹여버리는 방식이다. 이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신호철 고양도시관리공사 환경에너지처장은 "투입된 쓰레기는 열분해 용융로에서 코크스, 석회석과 섞여 고온으로 녹는다"며 "이 과정에서 쓰레기 속에 포함된 금속 성분을 회수해 판매하는 것이 우리 시설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주민들이 3단계 사업은 언제 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 해발 약 1000m, 강원도 태백시 가덕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17기의 풍력 터빈. 이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이하 가덕산풍력발전)'의 한기덕 대표는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덕산 풍력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렇게 전했다. ━돈 되는 바람…주주들 원금회수·주민들은 채권수익━가덕산풍력발전은 한국동서발전·강원도·태백시·코오롱글로벌·지역 기업 동성 등 5개 주주사가 참여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2018년 착공해 두 단계에 걸쳐 총 64. 2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운영 중이다. 2028년까지 약 100MW로 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며, 이르면 올해 말 3차 사업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기덕 대표는 "3단계 발전단지 건설과 함께 발전단지를 따라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는 등 관광단지 개발도 구상 중"이라며 "풍력발전을 관광 자원화해 관광객을 유입하고, 방문객들이 풍력발전기를 체험하며 풍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다른 국가들보다 크게 낮은 게 사실이잖아요. 어느 한계점이 오면 전기료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기료 상승에 대비해야겠다고 평소 생각하던 차에, 마침 아파트 옥상 태양광 지원사업 공고가 떠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소재 와이시티 아파트의 옥상 태양광 설치를 주도한 주민 강용호씨(63)는 지난해 초 경기도의 '아파트 옥상 태양광 지원사업' 공고를 발견하고 단번에 신청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기도, 아파트 옥상 태양광 지원…공용 전기료 절감━경기도는 아파트 공용 전기료 절감을 위해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시·군과 함께 설치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660세대·10개 동 규모의 와이시티 아파트는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도내 두 곳 중 하나다. 와이시티 아파트에 설치된 옥상 태양광 규모는 4개 동, 각 30킬로와트(kW)씩 총 120kW다. 이 '옥상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은 약 157메가와트시(MWh)로, 일반 가정 약 40가구의 전기 사용량에 해당한다.
서울 도봉구 청사 남측면 외벽은 햇빛의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색이 변한다.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외벽을 덮고 있는 특별한 '자재' 덕분이다. 이 자재는 지난 2022년 기존 석재 외장을 걷어내고 부착한 891장의 태양광 모듈이다. 설치 면적은 751㎡로 국내 최대 규모의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사례다. 이 '벽'은 100. 3kW(킬로와트)의 발전용량을 갖춘 발전소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을 부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건물 자체를 발전소로 바꾼 상징적 실험은 도봉구가 지난 6년 여간 추진해 온 탄소중립 정책의 결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기 만드는 청사 벽━ 도봉구는 서울 25개 구 중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초지자체 중 하나로 꼽힌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6년까지 2018년 대비 20. 4%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2023년 기준 이미 18% 감축을 달성했다.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글로벌 기후평가 기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 국내 지자체 중 유일하게 2021년과 2022년 연속 최고 등급(A)을 받았고, 글로벌 기후·에너지시장협약(GCoM)에서도 국내 지자체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평가 기준을 달성해 최고 등급(컴플라이언트)을 획득했다.
"여기가 원래 쓰레기 더미였어요. 그냥 방치할 바엔 태양광을 설치해 마을도 깨끗해지고 소득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 지난 20일 찾은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소동산마을. 마을회관에서 차로 3분가량 이동하자 70번 국도 뒤편 공터의 경사면을 따라 100미터 넘는 길이로 펼쳐진 태양광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유석은 소동산마을 이장(72세·사진)은 이 공간이 마을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버려진 마을 공터에 태양광 설치"━한때 이곳은 쓰러진 나무와 각종 폐기물이 쌓여 방치됐다. 잡목이 무성해 차량 통행이 어려웠고 도로에서 버려진 대형 쓰레기들이 무단 투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한 뒤 매달 주민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소동산마을 태양광 사업은 유 이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그는 태양광 사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2023년 경기도가 '기회소득마을'* 사업을 공모하자 안성시에서는 소동산마을이 가장 먼저, 유일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충청남도 홍성군 천수만 앞바다에 위치한 죽도는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섬'이다.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던 섬이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력 시스템을 도입하며, 한때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80%대까지 끌어올린 상징적 사례다. ━디젤발전→태양광 '하이브리드' 10년 된 에너지자립섬 ━인구 55명, 총면적 15만8640㎡의 작은 섬이지만, 죽도가 국내 '에너지 자립섬 모델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죽도의 에너지 전환은 2015년 충청남도와 한화그룹이 협력하며 시작됐다. 2016년 준공된 설비는 201킬로와트(kW) 규모의 태양광, 10kW 소형 풍력 발전설비와 ESS로 구성된다. 한화가 자사 태양광 제품을 실증하는 무대로 삼으면서 당시로서는 가장 최신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도입됐다. 기존 총 400kW 규모의 디젤발전기 3대와 결합돼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저장하고 부족할 때 디젤이 보완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80%대에 달할 정도로 성과가 뚜렷했다.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대호호. 바다를 막아 만든 거대한 호수 위로 태양광 패널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면적 약 119만㎡, 축구장 약 160개 넓이의 이 패널들은 98메가와트(MW) 규모의 국내 최대급 수상태양광인 '대호호 수상태양광 발전소'다. 매년 약 1억3000만킬로와트아워(kWh), 약 3만8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드는 이곳은 이제 국내에서 '수상태양광의 교과서'로 유명해졌다. 일본·베트남·스리랑카·콜롬비아 등 해외 관계자들이 직접 찾아와 운영 방식을 살펴갔고, 국내에서는 '기가급' 수상태양광 건설을 추진 중인 새만금 측 관계자들을 포함해 약 30개 기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했다. ━골칫거리 파도 해결하려다…뜻밖의 효과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대호호는 지리적으로 바다와 맞닿아 있다. 바다를 막아 조성된 호수라 바람이 불면 파도가 거세게 일어난다. 보통 산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위에 설치되는 수상태양광과 달리 파도를 막아야 하는 또 다른 난제를 안고 사업이 시작됐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흔히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경기도의 산업단지 태양광 정책은 달랐다. 보조금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규제를 정교하게 손보면 기업이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공장 지붕 태양광, 저비용 고효율 재생에너지 보급 통로━경기도는 2023년 '경기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선언하며 산업단지를 핵심 공간으로 설정했다. 산업단지는 공장 지붕과 주차장 등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공간이 넓고 전력 수요도 바로 인근에 존재한다. 민원 문제가 거의 없고 전력망도 갖춰져 있어 태양광 설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럽 주요국과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도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로 산업단지 태양광이 주목받은 배경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약 200개의 산업단지가 있으며 앞으로도 수십 곳이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