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케이스스터디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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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중학교 옥상에서는 햇빛이 비칠 때마다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설비의 주인은 외부 발전사업자가 아닌 학생·학부모·교사·동네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이다. ━학교 내 태양광 발전소…공동체 운영으로 교육효과 ━서울시 태양광발전사업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설비의 정식 명칭은 '국사봉중학교 협동조합 햇빛발전소'다. 설치 용량은 33킬로와트(kW), 2018년 12월 준공됐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학교 공동체와 지역 주민이 직접 설비를 소유·운영하는 구조는 국내에서도 드물다. 사업비 약 5600만원도 외부 투자 대신 교직원 출자와 학부모들의 일일찻집 수익금, 학교 협동조합 수익금, 학생들의 모의 창업 활동 수익금 등을 모아 마련했다. 설비 설치부터 운영까지 학교 구성원이 참여한 셈이다. 이 협동조합의 특징은 발전 설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립 준비 과정에서 학생·학부모·교사·주민이 함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고, 학생 이사도 포함됐다.
"지금부터 독립운전입니다. " 지난 12일 찾은 경기 의왕의 백운호수 옆 무민공원 안 LS일렉트릭 '마이크로그리드 단지' 현장. 2평 남짓한 관리실에 놓인 전력 제어장치 앞에서 관계자가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텅'하는 소리가 울렸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계통과 연결된 관문에 설치된 공기차단기(ACB)가 떨어지며 선로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한전 전력망에서 '독립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실내 에어컨은 멈추지 않았고 형광등도 깜빡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 설치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가 즉시 주전원으로 바뀌면서 전력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한전망에 뗐다 재접속…정전 없이 기술 구현 ━이 단지는 평상시에는 한전 계통과 연계해 운영하다 필요 시에는 이렇게 분리해 운전한다. 독립운전 상태에서도 전력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한전 전기가 끊기는 순간 ESS가 동시에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1초도 안 돼 정전이 발생해서다. 더 까다로운 순간은 다시 한전 망에 붙는 때다.
"처음에는 주민들에게 설명하는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배터리라고 하면 화재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주민들 사이에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시작이 돼 제주에서 육지로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요. " 제주시 북부 조천읍 북촌초등학교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북촌리 이장 김영수씨는 "이날 들른 노인정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뚜렷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북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제주북촌 BESS 발전소 준공식은 김씨를 비롯한 마을주민 수십명이 참석해 마을 잔치와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재생E 간헐성 보완하는 전력망 연계 BESS━북촌리 주민들에게 이런 자부심을 안겨준 제주북촌 BESS 발전소는 정부가 2023년 '중앙계약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공개입찰을 시작하며 추진한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발전소는 한국동서발전과 투자사 에퀴스, 제주도 공기업 제주에너지공사,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이 주주로 참여해 건립됐다.
"이쪽 2개 하우스는 지붕에서 생산한 전기를 자체적으로 쓰고, 저쪽 2개 하우스는 주차장에서 만든 전기가 이쪽으로 들어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농업기술 연구기관 농업기술원 마당에 설치된 총합 약 660㎡(약 200평) 규모의 4개 하우스. 지난 27일 찾은 이 하우스 안에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감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 감귤들은 국내 농산물 중 재생에너지 발전원(100% 태양광)을 직접 전력원으로 활용해 재배한 첫 결과물이다. 제주도가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감귤'로 지칭하고 있는 이유다. ━하우스 위 태양광 패널로 키운 감귤━이를 위해 농업기술원은 지난해 7월 두 종류의 태양광 패널을 사용해 관련 실증 실험을 시작했다. 4개의 하우스 중 2개에는 농업기술원 주차장에 설치한 일반적인 판넬형 태양광 패널에서 발전한 전기를 끌고 들어오는 방식을 적용했다. 주차장 태양광을 활용한 하우스에서는 생육을 조금 앞당기기 위해 열을 공급하는 방식을 썼는데, 열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난방 보조 설비(축열기)의 열도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했다.
"많아야 월 몇 천원 나올까요? 가정 주부에게는 전기료가 민감한 문제인데 정말 반가운 일이죠. " 포천시(경기) 가산면 우금1리, '마치미'란 또다른 이름을 가진 이 마을 회관에서 지난 8일 만난 주민 김선경씨(54세)는 마을이 참여한 태양광 사업 덕분에 월 수만원에 달하던 전기료가 몇천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얻는 혜택은 전기료 절감만이 아니다. 발전사업으로 지난해부터 20만원씩의 소득이 매달 발생한다. 3년 전 경기도가 시행한 또다른 마을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결과다. ━낯설었던 태양광, 지금은 '대환영'━주민들이 처음부터 태양광을 반겼던 건 아니다. 2015년 경기도가 주관한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계기가 됐다. 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료를 아끼기 위한 사업이었다. 당시 이장을 맡았던 이덕순씨(72세)와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동네 동생들'이 이 정책을 "우리 마을에 적용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 막역했던 사이에 쌓였던 돈독한 신뢰가 사업 진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해외 고객사들이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죠.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재생에너지 조달인데 파주시(경기)의 재생에너지 공급 제도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연매출 약 1200억원 중 수출 비중이 70%인 36년 업력의 물티슈 제조기업 한울생약. 이 곳에서 ESG를 담당하는 김민희 이사는 지난 7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조달이 얼마나 까다로운 숙제인지 전했다. ━"수출기업, 세계시장서 생존 위해 재생에너지 필요"━ P&G·코스트코 등 다국적 기업을 고객사로 둔 한울생약은 고객사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과 관련한 엄격한 기준들을 준수해왔다. 워낙 높은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기업 중 발군의 ESG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 ESG를 점검할 때 쓰는 에코바디스 평가에서 상위 5%에 부여하는 골드 등급을,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기후관련 기업평가기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 중소기업 최고 등급을 각각 받았다.
#.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임동면에 걸쳐 있는 여의도 9배 면적(26. 4㎢)의 임하호. 1990년대초 생활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임하댐을 건설하며 만들어진 이곳 수면 위로 축구장 총 74개 크기의 커다란 무궁화 조형물 15개와 태극기 조형물 1개가 놓여 있다. 이 조형물의 정체는 태양광 패널. 정부가 집적화단지 제도(하단 표 참조)를 만든 뒤 선정 사업 중 처음으로 끝 마침 한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의 결과물이다. 현재는 47. 2메가와트(MW) 규모의 이 발전시설에서 안동시 주민(8만 세대)의 약 4분의 1이 쓸 수 있는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연간 2만8000천톤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전력망(계통)과 주민수용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기대를 받고 시작했던 재생에너지 사업들이 좌초될 때 주로 이 중 하나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업은 이 양대 난제를 기술력에 기반한 아이디어, 개발사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업으로 풀어낸 사례다.
광주광역시의 행정·상업 중심지인 상무지구 인근 광주천 가에 여느 건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2층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면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된다. 지붕과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패널, 건물 전체 실시간 발전량을 보여주는 1층 로비의 모니터가 이 특별함을 상징한다. ━전기도 난방도 '무탄소'…국내에도 '24시간 무탄소 건물' ━ 이 건물은 광주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진흥원)이다. 외견상 평범해 보이는 이 곳은 국내에서 가장 특별한 건물 중 하나다. 24시간 365일을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원으로 가동할 수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서다. 전기만이 아니라 난방까지 100%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한다. 구글이 지난 2020년 글로벌 기업 중 처음 24시간7일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 목표를 공표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CFE 달성 사례를 만드는 건 요원해 보였다. CFE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보다 훨씬 까다로운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