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페트값에… 이제야 빛보는 재활용

김지현 기자
2026.05.27 04:14

중동전쟁發 원료수급 불안탓, 신재 페트가격 r-PET 웃돌아
국내 기업도 리사이클링 속도...2034년 시장 규모 1263억弗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원유 및 석유화학 원료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플라스틱 가격이 급등하자 재활용 원료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신재 페트(PET) 가격이 톤당 18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초 대비 434달러 오른 것으로 이달 들어서만 114달러 추가 상승했다. 반면 재활용 페트(r-PET)는 원료조달 과정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PET와 r-PET의 가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정보업체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유럽 내 PET 가격은 지난 3월 r-PET 가격을 웃돈 이후 최근에는 그 격차가 톤당 500달러 수준까지 벌어졌다.

그동안 재활용 플라스틱은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친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선택적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이란전쟁에 따른 원료수급 충격으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오는 8월에는 유럽연합(EU)의 포장재 규정(PPWR)이 발효된다. PPWR는 EU 내 모든 포장재에 대해 유해물질 제한과 재활용성 기준 준수, 재생원료 사용의무, 과대포장 금지 등 지속가능성 기준을 적용하는 규정이다. 2030년부터 재활용 가능 비율이 70% 이하인 제품의 출시가 금지되고 플라스틱 음료병에는 재생원료 30% 사용이 의무화된다.

유럽 페트 가격 및 재활용 시장/그래픽=김지영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규모는 올해 653억4000만달러에서 2034년 1263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 역시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원료화하는 화학적 재활용사업 등에 투자해왔다. 대표적으로는 SK케미칼이 꼽힌다. 실제로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법인인 중국 산터우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40% 수준에서 올해 80%로 2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산시성 플라스틱 재활용 전문기업 커린러와 설립한 폐플라스틱 처리시설 리사이클링원료혁신센터(FIC)는 올 하반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학적 재활용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이 폐플라스틱 소싱설비를 구축한 것은 처음이다. 울산에 마련한 리사이클이노베이션센터(RIC)는 현재 시운전에 돌입했다.

LG화학은 열분해유 기반 재생 나프타 생산과 에틸렌 전환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공장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플라스틱이 비용절감과 공급 안정성 확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며 "선택이 아닌 산업 공급망의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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