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스팀터빈 복합발전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AI 스타트업 xAI와의 연이은 공급 계약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주력인 터빈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기업에 370메가와트(㎿)급 스팀터빈과 발전기 각각 4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설비는 2029년까지 미국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주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와 연관됐을 것으로 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에도 발주처를 공개하지 않은 채 370㎿급 스팀터빈·발전기 2기 공급 계약을 공시한 바 있는데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최소 5건 이상의 계약이 xAI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 전력 인프라 부족 현상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AI 산업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기존 발전소와 송전망만으로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올해 예정된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40%가 전력 인프라 부족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보조 전력원 확보를 넘어 자체 발전 설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복합발전 역량이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합발전은 천연가스로 가스터빈을 가동한 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폐열로 스팀터빈을 한 차례 더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발전 효율을 높이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복합발전의 핵심 설비인 스팀터빈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5년(2021~2025년)간 300㎿ 이상급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주 확대는 실적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4조13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했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2조7857억 원으로 같은 기간 61.8% 늘었다. 전력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터빈 시장이 공급자 우위 구조로 재편되면서 향후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GE버노바는 2029년 생산 물량까지 사실상 예약이 완료된 상태로 알려졌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유사한 수준의 수주 잔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단기적으로는 가스터빈을 통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대형 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전 핵심 주기기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총 8068억 원을 투자해 창원공장에 SMR 전용 제작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스팀터빈과 발전기 등 주요 설비 전반에서 발주가 늘어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잔고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