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이 임박하면서 자동차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완성차업체의 물류비와 부품 조달비,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최종 타결됐고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 체결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된다고 밝혔다.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이미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해상봉쇄 해제를 예고한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배럴당 80달러와 84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유가 하락은 완성차 업체의 물류비와 제조비, 소비자의 주유비 경감 등에 직결된다.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과 해상 물류 차질의 간접 영향을 받아왔다. 완성차 수출입 운송비뿐 아니라 부품 조달 비용, 원자재 가격, 소비자의 차량 유지비까지 전반적인 비용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종전 이후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완성차와 부품업계 모두 비용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종전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쟁 여파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알루미늄 등 주요 소재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아의 피해액이 약 6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 바 있다. 종전 이후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비용 압박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지역 판매 위축을 겪은 만큼 종전 이후 현지 수요 회복 기대가 더 크다. 중동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히지만 전쟁 장기화로 현지 판매가 급감했다. 기아의 올해 1분기 중동 지역 판매는 4만673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8%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의 글로벌 전체 판매가 3.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중동 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월별 감소 폭도 커졌다. 기아의 지난 3월 중동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4월에도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졌다.
현대차의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생산 전략도 불확실성 완화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손잡고 킹 살만 자동차 산업 단지에 연간 5만대 규모의 생산공장 구축을 추진해왔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공사 일정과 현지 공급망 운영에 부담이 큰 상태였다.
부품업계에서도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비가 낮아지면 부품 제조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사태는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뿐 아니라 메탄올, 알루미늄, 흑연 등 자동차·배터리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원자재에도 영향을 미친 만큼 종전 이후에도 원자재 조달과 재고 정상화 과정에서 매입 단가 변동성이 실적 변수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