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놀랍다)!" 지난 17~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기술 전시회 '비바테크 2026'은 또다른 'K열풍'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세계 각국 참관객과 글로벌 투자자, 기업 관계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등 첨단 로봇 관련 기술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의 부스를 쉴 틈 없이 찾았다.
한국 기업이 유독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화려함보다 실용성·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를 벗어나 공장·사무실 등 '실전 공간' 투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은 하나 같이 "제조 수준이 높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프랑스 유명 가전기업 '그룹세브' 관계자들은 한국 스타트업 '쿳션'의 부스를 방문해 로봇 바리스타 공동개발 의사를 직접 타진하기도 했다.
비바테크에서 체감한 'K로봇'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된게 대표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방한해 삼성·SK·현대차·LG·네이버 등 주요 그룹 총수·경영층과 만난 후 글로벌 시장에선 이른바 '로봇 동맹'에 대한 기대가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로 'K로봇'은 미국·중국보다 시작이 다소 늦었지만 풍부한 활용 경험과 탄탄한 제조 경쟁력,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배터리 기술력 등으로 성장성이 큰 미래 산업군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는 1220대로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2위 싱가포르(818대)와 차이가 컸다. 이같이 다양한 인프라와 활용 경험은 로봇 개발·제조 과정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배터리 분야 세계 최고 수준 기업이 한국에 포진하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다. 아울러 수많은 국내 스타트업이 다양한 아이디어·기술을 무기로 로봇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K로봇'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K로봇이 로봇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그리퍼(로봇 손)·액추에이터(구동장치) 등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 관련 기술 수준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고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분석해야 한다. 로봇 현장 적용 확대에 있어서도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노동자의 반발에 대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로봇 산업이 급격히 변화·성장하는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관이 협력해 주요 과제를 하나씩 해결한다면 수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K로봇'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는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로보틱스 산업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AI(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회사의 로봇 역량과 작동 방식을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고, 이를 통해 매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