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패권 전쟁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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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샤이니 태민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부스 앞에 발길을 멈춘 관람객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고(故) 앙드레김 디자이너의 시그니처가 살아 있는 의상을 걸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음악에 맞춰 절도 있는 군무를 펼치기 시작하면서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17~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기술 전시회 '비바테크 2026'의 한 장면이다. 이 무대를 연출한 주역은 국내 스타트업 리빌더AI와 갤럭시코퍼레이션이다. 리빌더AI는 앙드레김의 작품 세계와 디자인 철학을 AI로 학습시켜 시그니처 의상을 재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를 입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화려한 무대만큼이나 부스 안의 분위기도 뜨거웠다. 리빌더AI 부스에는 일반 브랜드사뿐 아니라 OEM·ODM 공장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정현 리빌더AI 대표는 "패션과 뷰티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거둔 관심을 실제 협업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Amazing(놀랍다)!" 지난 17~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기술 전시회 '비바테크 2026'은 또다른 'K열풍'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세계 각국 참관객과 글로벌 투자자, 기업 관계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등 첨단 로봇 관련 기술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의 부스를 쉴 틈 없이 찾았다. 한국 기업이 유독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화려함보다 실용성·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를 벗어나 공장·사무실 등 '실전 공간' 투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은 하나 같이 "제조 수준이 높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프랑스 유명 가전기업 '그룹세브' 관계자들은 한국 스타트업 '쿳션'의 부스를 방문해 로봇 바리스타 공동개발 의사를 직접 타진하기도 했다. 비바테크에서 체감한 'K로봇'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된게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로봇 경쟁력은 제조 현장의 적극적인 도입 경험에서 나온다. 국제로봇연맹(IFR) 기준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한국은 제조업체들이 로봇을 도입·운영하며 축적한 현장 경험이 로봇 기업의 기술 개선으로 이어지고, 향상된 기술이 다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인 광진그룹(이하 광진) 충남 아산공장은 이같은 한국형 로봇 생태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8일 찾은 광진 아산공장 현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4대가 쉴 새 없이 1. 1kg의 검정 모듈 플레이트를 집어 들고 있었다. 허공을 가른 플레이트가 자동차 창문 구동장치의 핵심부품인 '풀리' 위에 정확히 내려앉자, 손톱만 한 금속링(와셔)을 결합 부위에 놓고 강한 압력으로 부품을 고정했다. 사람 손끝 감각에 의존하던 도어 모듈의 리베팅(강력한 압력으로 부품을 고정하는 작업) 작업이 로봇의 반복 동작으로 대체된 순간이었다. 도어 모듈은 자동차 문 내부의 뼈대 역할을 하는 모듈 플레이트에 윈도우 레귤레이터(창문 승강기 장치)와 스피커, 문 잠금장치(래치) 등 각종 기능성 부품을 조립통합한 제품이다.
AI(인공지능) 기술혁신으로 로봇 산업의 무게중심이 산업용 자동화 설비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사이 일본은 오랜 제조업 기반과 산업용 로봇 생태계를 앞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농구 로봇으로 기술력을 보여주고 제조 현장에는 자동화 로봇을 적용시키는 일본의 행보는 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로봇공업회(JARA)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산업용 로봇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2948억엔을 기록했다. 수주 대수도 33% 늘어난 6만412대였다. 생산액은 22. 9% 증가한 2442억엔으로 집계됐다. 수주액과 생산액 모두 2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35. 4% 늘어난 1998억엔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은 일본 제조업이 오랫동안 강점을 유지해온 분야다.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중공업 등 글로벌 제조 현장에서 이름을 알려온 기업들이 일본 로봇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해왔다.
"모든 것을 학습시켜서 어디에 내놔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로봇 자체를 커다란 산업으로 보기보다는 로봇 기술이 기존의 다른 사업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특정 산업의 시장을 열 수 있는 '특화 로봇'을 만들어야 합니다. "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이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인 공경철 의장(사진)은 한국이 글로벌 로봇 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미국·중국과 달리 '범용'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범용 로봇보다는 의료·방위산업 등 기존에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한 차원 혁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공 의장은 "사실 한국은 로봇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중국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는 우수한 인력이 많고, '제조업 강국'인 만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이나 중국이 하는 것처럼 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데이터를 많이 모아서 로봇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의 영역에는 절대로 손을 대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중국이 한 발 치고 나간 글로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에서 한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탄탄한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주요 그룹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보완하고 각종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간다면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출 사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한국에서 로봇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대체 근로자'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을 이을 '새로운 수출 산업' 발굴이 시급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로봇 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된 셈이다. 로봇 산업의 미래를 보고 많은 기업이 이 분야에 진출했다. 산업통상부의 '로봇 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로봇 산업 관련 기업은 2509개에 달했다. 이들 기업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가 1413개로 56.
휴머노이드(인간형)로 대표되는 첨단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발 앞서 나갔고 '제조업 강국' 한국과 일본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기술과 자본, 제조 역량이 총동원된 글로벌 경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대응한다는 점에서 명령에 따라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산업용·서비스용 로봇과 차별화된다. 산업용 로봇이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체' 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완화, 기존 산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5년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35년 378억달러(약 58조1000억원)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구글·메타·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AI(인공지능) 기업 중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의 과감한 도전이 미국을 피지컬 AI 강국 반열에 올렸다.
지난달 27일 미국 로봇 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컨벤션센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확연한 분위기 변화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시장의 주인공은 백플립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하지만 올해 무대는 달랐다. 화려한 춤사위보다는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손, 물류창고용 자율이동로봇(AMR)이 전시장을 메웠다.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투입되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콘퍼런스 발표 내용도 달랐다. 기술 완성도를 강조하던 1~2년 전과 달리 기업들은 생산라인 투입 이후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에 집중했다. 아마존, 테슬라, GM(제너럴 모터스), 셰플러 등 내로라하는 제조업체의 로봇 전략 담당자들이 로봇 실전 배치 노하우와 숫자를 들고 나왔다. 미국 로봇 산업의 초점이 수익성과 효율, 안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그래서 돈이 되나"를 물었다. '아마존 효과'가 컸다.
"투자의 스포트라이트가 인공지능(AI)에서 로봇으로 옮겨지고 있다. AI 열풍을 이을 다음 10년의 메가트렌드는 로봇이다. " 최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진단이다. 지난 2년 동안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던 월가가 이제 'AI 두뇌'를 탑재하고 움직일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 산업을 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당초 2035년 60억달러(약 9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던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약 58조4000억원)로 수정했다. 바클레이즈는 좀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로봇 시장이 2035년 2000억달러(307조4000억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즈의 테모스 피오타키스 글로벌 외환·신흥시장 매크로 전략총괄은 머니투데이와 만나 "스마트폰이나 TV 스트리밍 같은 혁신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시장은 향후 창출될 막대한 부를 보지 못하고 과소평가했다"며 "지금 금융시장 역시 로봇 산업이 가져올 자산 가치 상승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미국 텍사스 테슬라 기가팩토리. 수십대의 자율이동로봇(AMR)이 부품을 실어나르는 자동화 시스템이 갑자기 멈춰섰다. 누군가 바닥에 흘린 피자 한조각에 로봇 1대가 멈춰서면서다. 뒤따르던 로봇들이 연쇄적으로 멈추면서 물류 흐름이 순식간에 끊겼다. 1년 전 테슬라 공장을 수차례 멈춰세운 실제 사고다. 공장 바닥의 음식물, 삐뚤어진 박스, 예상 밖의 장애물, 규격에서 1㎝ 벗어난 부품.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오차가 로봇에는 판단불가능한 변수인 탓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보스턴 로보틱스 서밋에서 만난 테슬라의 AMR 배포 담당 엔지니어 조슈아 조셉은 "테슬라가 완전자동화 공장의 환상을 벗어던진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 경험상 어떤 자율 시스템도 사람의 개입 없이는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완전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을 최소비용으로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현실은 미국 로봇산업의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미국은 사람 없는 무인(無人) 공장에 '올인'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는 이미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업계에선 대규모 투입을 위해 아직 '마지막 1cm'가 부족하단 목소리가 높다. 휴머노이드 로봇 손 전문 개발 기업인 링커봇의 기술담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아직 로봇의 손은 단추 잠그기 등의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용 케이블 제조사 저장삼과선람의 왕신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방열 문제가 여전히 난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생산 현장 적용을 통해 보다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야 대규모 투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마지막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공업정보화부(공신부)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는 공동으로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및 구현지능 현장훈련 특별행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생활 현장에 투입해 검증하고 대규모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의 산업·서비스 현장 배치 △응용 검증 완료와 상시 운용 단계 진입 △100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응용 시나리오 발굴 △휴머노이드 로봇 1만 대 이상 규모의 현장 보급 능력 확보를 추진한단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에 위치한 장장과학성. 높이 300m가 넘는 초고층 쌍둥이 빌딩 '장장 과학의 문'을 중심으로 로봇과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입주한 건물들이 빼곡하다. 상하이는 명실공히 중국 로봇 산업의 '용광로'다. 로봇의 손과 관절, 모터 등 부품 제조는 물론 이들 부품을 모아 궁극의 로봇 기술 격인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기업이 상하이 권역에 밀집해 있다. 이곳에 본사를 둔 애지봇이 대표적이다. 애지봇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제조는 물론 AI와의 융합까지 수행하는 '상하이 식' 기업이다. 상하이가 용광로라면 베이징은 컨트롤타워다. 베이징에 연구소들이 집중 분포하고 여기서 표준이 태어난다. 또다른 산업도시 선전에선 로봇의 눈과 심장, 신경망이 빚어진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 센서 등이다. 중국은 이처럼 베이징-상하이-선전의 거대한 삼각형을 기반으로 '차이나로보틱스'라는 세계최대 로봇시장을 일구고 있다. ━'베·상·선', 차이나로보틱스 삼각엔진━애지봇은 2020년 화웨이 '천재소년 프로젝트'에 선발된 펑즈후이가 2023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