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의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썼다. 엔비디아와 애플의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넘어섰고,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많은 돈을 단 석 달 만에 거둬들였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수요는 당분간 공급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신기록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1조원, 89조40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기록한 역대 최대 연간 영업이익(58조9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3년(2023~2025년) 누적 영업이익(82조9000억원)보다도 많은 돈을 단 3개월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글로벌 민간 기업 중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엔비디아와 애플이 기록한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각각 535억3600만달러(약 82조원), 508억5200만달러(약 78조원)다. 최근 분기 기준 구글(397억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384억달러)의 영업이익도 크게 웃돈다.
2분기 실적에는 특별성과급 지급에 따른 충당금도 반영됐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06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성과급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신기록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기준 국내 증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73조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401조원, UBS는 44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치도 최근 내놨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메모리사업부에서 대부분 창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D램·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과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 등이 수익성을 끌어 올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가동률 상승 등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글로벌 5대 하이퍼스케일러(대형클라우드기업)가 올해 계획한 투자 규모만 7696억달러(약 1176조원)에 달한다. 특히 이들의 투자 규모는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올해 8520억달러에서 2030년 2조625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AI 인프라라는 새로운 수요가 열렸으나 메모리 제조사의 공급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D램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분기 대비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50% 이상 상승했다. 2분기 메모리 제조 3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5~8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신규 팹을 짓고 있지만 의미 있는 공급 증가는 2028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UBS는 D램 산업의 공급 부족이 2028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D램 비트 수요는 전년보다 36.2% 증가하는 반면 공급 증가율은 19.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도 다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빅테크들은 삼성전자와 LTA(장기공급계약)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3~5년간 특정 물량을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구속력 있는 약정 등으로 구성됐다. 시장의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HBM 수익성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매출이 12억달러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HBM4 매출이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도 최근 HBM 계약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낸드플래시 사업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용량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지난해 4분기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 저장량이 급증하면서 고용량·고성능 스토리지 수요도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TV·가전·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VD(영상디스플레이)와 DA(생활가전)사업부도 적자를 면하는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함께 환율도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과급 충당금 반영에도 기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만큼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