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급망 장악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태양광 제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세액공제(AMPC)와 직접환급(Direct Pay)을 결합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이 핵심 발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제조기반 유지 역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혜·임호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에너지전환포럼은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와 태양광 공급망 독립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국 중심의 태양광 공급망에 대응하고 국내 제조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첫 발제를 맡은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글로벌 태양광 산업이 이미 전력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발전 방식이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세계적으로 연간 500GW(기가와트) 이상의 신규 설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태양광은 이제 보조 전원이 아니라 주력 전원이 되고 있다"며 "전 세계 태양광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한국도 제조 기반을 유지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AMPC를 언급하며 "생산량에 비례해 지원하는 방식이 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며 "우리도 한국 실정에 맞는 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발전을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AI 시대에는 전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태양광은 해외 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산 에너지인 만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은 "실리콘 기반 태양광 기술은 앞으로도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태양광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촉진세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적자 상태인 기업은 세액공제만으로는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만큼 생산량에 연계한 세액공제와 직접환급을 함께 도입해야 정책 효과가 현장에 전달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명지대 교수)은 "국내 태양광 셀 공장 가동률은 2021년 95% 수준에서 지난해 30%대로 급락했다"며 "이는 기업 경쟁력이 아니라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결합한 구조적 시장 실패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투자세액공제는 법인세를 낼 만큼 이익이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국내 제조기업 상당수는 적자 상태"라며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생산세액공제와 직접환급을 결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도 정책 지원 없이는 국내 공급망 유지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유재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한국사업부장(전무)은 "국내에서는 이미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생산기반이 사실상 사라졌고 셀 역시 상업 생산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라며 "미국에서는 IRA를 통해 생산세액공제와 시장 프리미엄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