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특별성과급 지급분 포함)을 한분기 안에 벌어들였다. 'AI(인공지능)시대의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영업이익까지 뛰어넘어 세계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앞으로도 AI 산업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신기록 행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실적을 7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3%, 영업이익은 1810.3% 급증했다. 단일 분기 영업이익 89조원 돌파는 당연히 국내 기업 사상 첫 기록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액 304조8700억원, 영업이익 146조6300억원이다.
이날 발표된 실적에는 최근 노사 협상에 따른 특별성과급 지급분이 반영됐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성과급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1분기 실적 발표 때 미반영됐던 금액과 올해 2분기 잠정실적에서 차감된 충당금 등을 고려하면 성과급 지급 전 영업이익은 10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연간 300조원대를 넘어 600조원대 이상을 예고했다. 영업이익도 시장전망치(85조5909억원)를 약 4조원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다.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43조6010억원)을 2배 이상 돌파한 것은 물론 지난 3년간(2023~2025년) 전체 실적(약 83조원)도 뛰어넘었다.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가 치솟으면서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생산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기업 최초로 단일 분기 20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래 올 1분기에 57조원을 찍었고 곧이어 9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으로 새 역사를 썼다.
구글(396억9600만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383억9800만달러), 애플(358억8500만달러)은 물론 시가총액 세계 1위인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2026년 2~4월) 기준 영업이익 535억3600만달러(약 82조원)도 넘어서서 글로벌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매일 약 9800억원을 벌어들인 사상 초유의 실적을 견인한 핵심은 메모리다. 전체 영업이익의 98% 이상인 약 88조원 정도가 메모리사업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템LSI·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도 가동률 상승 등으로 적자 폭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램·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과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 등이 수익성을 끌어 올렸다. 가격 상승은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수요 구조를 바꾸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수요와 클라우드 기업들의 장기 공급계약을 배경으로 2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58~63% 오른 것으로 추산했다.
하반기 이후에도 이같은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로벌 AI 투자가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완제품을 생산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감소한데다 메모리의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모바일(MX)사업부가 1조원 미만, 디스플레이와 하만 등이 약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TV사업은 간신히 적자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7%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셀온(호재에도 매도가 나오는 현상)이 강하게 발생했고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대한 우려가 겹친 영향이다. 다만 증권가는 전형적인 차익실현 형태의 하락이라고 진단하며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조언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만2000원(6.92%) 내린 2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 중 한때 28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가 역대급 실적과 정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가총액의 27.61%를 차지하는 1위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급락해 매도 사이드카와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컸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삼성전자를 1조8207억원 팔았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 외국인 순매도가 2조9300억원 수준인데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10%, 전 분기 대비 57.2% 증가한 89조4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75조~84조원 수준이었던 시장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증권가는 이번 실적에 특별경영성과금 충당금 약 19조원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사실상 11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호실적과 반대되는 주가 약세가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삼성전자가 2019년 이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16차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그중 10차례는 발표 당일 주가가 하락했다"며 이날 주가 하락이 전형적인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실적 발표 전 이미 주가가 선반영돼 있어 정작 실적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글로벌 IB(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리포트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하이퍼스케일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둔화되는 반도체 실적 추정치 상승폭과 메타(옛 페이스북)의 잉여 AI(인공지능) 연산능력을 활용한 클라우드 사업 진출이 신호라고 짚었다.
그러나 국내외 증권가 대다수는 여전히 반도체 투자가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튼튼한 데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이 5.3배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5.6배, 마이크론은 6.8배다.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이날 "메타 관련 뉴스 등으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인 6.65배까지 급락했는데, 향후 최악을 가정해 한국 국내 기업 이익 전망치를 33% 하향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수준은 상당한 상승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대규모 매도세가 지나가고 난 후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가 포함된 테크 업종 EPS(주당순이익)도 5.5% 상향 조정됐다"고 덧붙였다.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도 견조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도 영업이익 추정치를 전년 대비 811% 증가한 397조원, 2027년은 45% 증가한 576조원으로 이날 소폭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도 2026년도 387조원, 2027년도 563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도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2377억달러(약 362조6000억원)로 엔비디아 영업이익 추정치인 2470억달러(약 376조4600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목표주가인 55만원과) 현재 주가의 괴리가 크지만, 견조한 업황과 기업 경쟁력(수익성), 낮은 밸류에이션 배수를 고려하면 목표가를 하향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과격한 주가 반응에 뇌동하지 말자"고 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비중을 줄일 때가 아니라 늘릴 때다"며 "성과급 충당금 인식 속에서도 89조4000억원이라는 호실적을 기록했고, 성과급을 위한 자사주 매입·HBM(고대역폭메모리) 가격 인상 효과·파운드리 추가 수주 등을 기대하면 적극적인 매수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를 뛰어넘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외신도 집중 조명했다. 7일 해외 매체들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 우려를 잠재운 것에 주목하는 한편으로 호실적과 반대로 움직인 이날 한국 증시 상황도 비중 있게 다뤘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71조원, 영업이익이 89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9.3%, 영업이익은 1810.3% 급증했다. 시장 전망치는 물론 지난 3년간(2023~2025년) 누적 영업이익도 뛰어넘었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엔비디아가 기록한 분기(올해 2~4월) 최대 영업이익 535억달러(약 82조원)도 넘어섰다. 특별성과급 지급분이 반영된 실적인데 이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이 10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당분간 호실적 행진 예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9배 급증해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시장 예상치와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라고 전했다. FT는 AI(인공지능) 붐 속에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수요 증가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당분간 가격 상승에 따른 호실적이 보장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삼성전자 실적이 AI 투자 지속성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최근 메타를 중심으로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WSJ는 특별성과급이 충당금으로 반영됐는데도 깜짝 실적을 낸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다뤘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사업은 부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TV와 가전 부문도 중국 업체와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주가는 뚝, 코스피도 휘청…"투자자들은 어닝 서프라이즈 익숙해"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가 떨어지고 코스피 시장이 주저앉은 것에 주목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차익실현 매물 등으로 장중 한때 전장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가 6.92% 밀린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던 코스피는 4.91% 내린 7656.31에 장을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AI 붐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에 이미 투자자들은 익숙해졌다"며 "이 때문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예상했던 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있어도 주가 움직임은 다를 수 있단 얘기다.
또한 호실적이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위험 회피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16분기에 걸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그 중 10번은 주가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자비에르 웡 이토로 애널리스트는 CNBC에 "지금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분기 실적을 이미 반영해왔고 이날도 의미 있는 수준임을 확인했을 뿐 매수할 만한 큰 메리트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