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들어서자 붉은 단상 위에 놓인 은빛 항공엔진 2기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 개의 배관과 센서, 볼트가 촘촘히 얽혀 있어 하나의 정밀기계라기보다 설치예술품처럼 느껴졌다. 국내 독자기술로 최초 개발한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품이었다.
이날 첫 공개된 장수명 항공엔진은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이다. 수천 시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각종 미사일에 사용되는 단수명 엔진 위주로 양산해온 것과 차이가 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는 두 엔진의 지상시험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성능검증을 시작했다.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KF-21과 연계해 정찰·전자전·공격임무를 수행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내년까지 총 3기를 제작한 뒤 체계장착과 비행시험을 거쳐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중고도 무인기에 적용된다. 현재 운용 중인 프랫앤드휘트니캐나다(P&WC) PT6 엔진의 수출제약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2021년 개발에 착수했다. 경량화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반 상용화할 계획이다. 개발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지상시험에 돌입하는 등 속도전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10년간 약 2조원을 투자하며 항공엔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엔진은 세계적으로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소수국가만 독자개발 역량을 보유한 대표적인 기술통제 분야다. 시장 역시 GE에어로스페이스, P&W, 롤스로이스 이른바 '빅3'가 장악하고 있다. 각종 까다로운 국제 규제 역시 존재해 기술자립이 절실하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텔스 무인기용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KF-21용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도 도전한다. 1만파운드급 엔진의 경우 5500파운드급 엔진을 스케일업해 고고도에서 장기체공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