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도 없이 수능치란 소리"..지속가능성 '법정공시'에 재계 한숨

유선일 기자
2026.07.08 16:30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재계는 8일 당정이 확정한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과 관련해 기업 부담 가중을 우려하며 면책 제도 보완과 정책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선 당정이 초안과 달리 '거래소 공시'가 아닌 '법정공시'인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격상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거래소 공시는 위반 시 내부 징계 등 제재 수위가 비교적 낮지만 사업보고서는 허위·누락 시 과징금이나 형사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모의고사도 한 번 치르지 않고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라는 격"이라며 "법정공시는 위반 시 처벌이 무겁고 법인뿐 아니라 사업주까지 처벌을 받기 때문에 기업이 느끼는 부담의 크기에 차이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잘못된 정보 공개에 따른 법적 제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상당히 소극적으로 공시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 안착을 위해 면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당정은 도입 초기 3년간 공시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행정제재·형사처벌을 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법과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자본시장법 외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보호받지 못해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당정이 지속가능성 공시 대상을 기존 계획보다 확대하면서 적지 않은 기업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발표한 로드맵 초안에서는 공시 대상이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명시됐지만 이번에는 '10조원 이상'으로 조정됐다. 이 기준도 2029년에는 5조원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공시 대상 기업은 종속회사를 포함해 2028년 291개, 2029년 3171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는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도 실제로는 기업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공시 이행이 쉽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는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 수집과 인증, 전문인력 양성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중장기적 과제"라고 밝혔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중동전쟁, 노란봉투법 시행 등으로 국내 기업 전반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무리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지우는 부담을 하나 더 늘려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제도를 도입한다면 최대한 부작용이 없도록 면책 수준을 충분하게 보장하고 공시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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