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동박 시대' 다시 왔다… 북미 탈중국화·ESS시장 확대 호재

김지현 기자
2026.08.14 03:30

SK넥실리스, 2Q 분기 최대 매출·롯데에너지 공장가동률 ↑
수요 회복에 해외 생산능력 확대… "하반기도 긍정적 흐름"

국내 동박업계 후발주자인 고려아연의 동박 제조사 케이잼(KZAM)이 첫 제품공급에 성공한 것은 최근 달라진 배터리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북미를 중심으로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확대가 더해지며 국내 동박업체들이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동박업체들에 글로벌 배터리사들의 공급문의가 잇따른다. 제품수요 회복에 힘입어 주요 업체의 올해 2분기 실적지표도 일제히 개선됐다. SKC의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는 2분기에 매출 254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ESS용과 전기차용 동박 판매량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76%, 28% 늘었다.

국내 동박사 2분기 주요 실적. /그래픽=최헌정

지난해 40% 후반에 머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공장 평균 가동률도 올 2분기에 77%까지 뛰었다. 전기차·ESS용 전지박 판매가 늘어난 데다 AI(인공지능) 서버·네트워크 장비에 쓰이는 회로박 수요까지 급증한 영향이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2분기 전지박 매출이 750억원으로 전년 동기(460억원)보다 63% 증가했다. 출하량이 직전 분기보다 40% 늘면서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도 1분기 47%에서 2분기 67%로 높아졌다. 그동안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고려아연 케이잼도 최근 글로벌 배터리사에 동박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재편 움직임이 있다. 미국이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중국 등 PFE(Prohibited Foreign Entity·금지외국기관)에서 조달시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동박업체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중국을 제외하면 대규모 동박 생산능력을 갖춘 곳은 사실상 국내 업체뿐이다.

ESS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힘을 보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리튬이온배터리 ESS 출하량은 461.3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269.7GWh) 대비 71%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국내 배터리 3사도 ESS 수주를 기반으로 올 2분기에 7년 만에 동반흑자를 달성했다.

수요회복에 힘입어 국내 동박업체들은 미뤘던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지박 생산거점인 말레이시아 공장을 100% 생산·판매체계로 조기전환한다. 지난달 5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내년으로 예정한 6공장 가동시점도 올 4분기로 앞당겼다. 원가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집중한다. 고려아연은 주요 원료인 구리와 황산의 자체조달이 가능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하반기에 동박판가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역시 기대한다. 중국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과 미국의 관세장벽 등이 맞물리며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누적된 공급과잉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미 중국의 주요 동박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인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국내 배터리사들이 ESS 물량을 확보하면서 국내 동박업체들로도 수혜가 확산한다"며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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