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한국 오면 꼭 만나는 두 사람…코드명 'SMR 리더십'

최경민 기자
2026.08.15 10:00
(서울=뉴스1) = 최태원 SK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8월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이다. 키워드는 SMR(소형모듈원자로). SMR 기업 테라파워의 창립자이기도 한 게이츠 이사장이 AI(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한국의 기업들과 동맹을 공고히하는 모양새다.

원전의 업그레이드 SMR, AI 시대 에너지원

SMR은 전기출력 300㎿e(메가와트) 이하급의 원자로다. 건설비용은 대형원전의 30분의 1 수준이고, 중대사고 확률은 10억년에 1회 수준에 불과하다. 냉각재로 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물이 아닌 소금(나트륨) 등을 활용하는 4세대 원자로일 경우 안전성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는 콘셉트다.

게이츠 이사장은 2008년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미래 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선 경제성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원전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실효성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구상은 천문학적 에너지가 필요한 AI(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나트륨 SM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나트륨 SMR은 테라파워가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이다. 원자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TES)을 결합해 원자로가 생산한 열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점에 활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기저전원과 출력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최초의 상업용 첨단원자로 건설허가를 받은 뒤 사업을 본격 진행중이다. 2030년쯤 상용화가 기대된다.

빌 게이츠와 최태원, 정기선의 파트너십

(서울=뉴스1) =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22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게이츠 이사장과 테라파워의 경우 SMR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비중국 국가 중 가장 원전 제작 및 운영 경험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테라파워와 동맹을 체결한 대표적인 기업은 SK와 HD현대다. SK는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2대주주고, HD현대는 테라파워에 약 400억원을 투자한 적이 있다.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아시아 SMR 시장을 주도해 나가면서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사업을 위한 에너지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HD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부유식 SMR', 'SMR 추진선' 기술 개발을 노리고 있다. '용접'에 일가견이 있는 기업인만큼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에 대한 공급 역시 추진되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최태원 회장, 정기선 회장과 연달아 접촉하며 접점을 키워왔다. 이번 방한에서도 게이츠 이사장은 두 사람과 연달아 회동하며 관계를 강화했다. 정 회장의 경우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 2026'(다보스포럼)을 계기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SMR 공급망 확대와 상업화를 위한 기술·제조 협력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었다.

한미 SMR 리더십…동맹 강화로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 콘셉트

게이츠 이사장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간 SMR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는 지난해 9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에 원자력 분야의 리더십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글로벌 원자력 패권을 위해서라도 한미가 협동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SMR을 대한민국의 7대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SK와 테라파워는 14일 △테라파워가 미국에 건설중인 SMR 실증로 및 후속 상용 프로젝트의 SK이노베이션 참여 확대 △국내 SMR 공급망 활용 확대 방안 △국내 나트륨 SMR 사업 개발 및 SMR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 등을 골자로 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나트륨 SMR 사업모델인 'K-나트륨'의 추진 방향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최 회장이 강조해온 'AI(인공지능) 풀스택' 전략과 맞닿아 있는 움직임이다.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SK이노베이션의 LNG(액화천연가스)·전력·SMR, SK온의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를 연결할 경우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저장장치 공급망을 그룹 차원에서 구축할 수 있다.

HD현대와 테라파워·현대건설은 지난 5월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나트륨 기술 제공을, HD현대는 주기기 제조를, 현대건설은 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하기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테라파워로부터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의 원자로 보호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을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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