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의 '한 입 피클'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리다

허남이 기자
2026.09.04 18:33

한국에서 피자 한 판을 주문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작은 컵 하나. 뚜껑을 열면 아삭한 오이와 새콤달콤한 향이 입맛을 깨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이 '컵피클 한 입'의 식문화가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일미푸드

일본 최대 B2B 라이프스타일 전시회인 제102회 도쿄 국제 기프트쇼(Tokyo International Gift Show)가 9월 2일부터 4일까지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렸다.

이 전시회의 핵심은 화려한 신기술 경쟁이 아니다. 제품을 들고 일본 유통 바이어와 직접 마주 앉아 실제 거래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담형 B2B 전시회'라는 점이다. 특히 일본 내 대리점이나 유통망이 없는 해외 신규 기업을 위한 별도 전시 공간까지 운영할 만큼 새로운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반세기 가까이 일본 소비재 시장의 관문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중소기업들도 대거 참가했다. 한국관은 중소기업중앙회 수출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무역진흥원이 운영하고 있으며, 충청권 여러 중소기업도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가운데 세종의 피클 전문 제조기업 ㈜일미푸드도 식품 부문에 참가했다. 일미푸드는 1998년부터 약 30년 가까이 '오이' 한 품목에 집중해온 B2B 피클 전문 제조기업이다. 국내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와 급식·외식 채널에 피클을 공급해왔으며, 한국 소비자들이 피자와 파스타, 햄버거, 샌드위치를 먹을 때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피클 식문화의 성장 과정과 함께해왔다.

이번 도쿄 기프트쇼에서 일미푸드가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네 가지다. 새콤달콤한 'Bread & Butter', 한국적인 매운맛을 강조한 'Spicy', 마늘과 딜 허브의 풍미를 살린 'Garlic & Dill', 그리고 당과 칼로리 부담을 낮춘 'Low Calorie'. 하나의 피클 안에 서구의 클래식한 풍미부터 K-푸드의 매운맛, 글로벌 건강 트렌드까지 담았다.

특히 이번 일본 전시에서는 '맛'만큼이나 '식감'과 '포장 방식'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미푸드가 사용하는 백다다기 오이는 껍질이 비교적 얇으면서도 과육이 단단해 피클로 가공한 이후에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한 번 먹기 좋은 양으로 개별 포장한 컵피클 방식이 결합됐다. 대용량보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 일본 시장에서 '한 입 크기의 개별 포장'이라는 방식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9월 3일에는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 관계자도 일미푸드 부스를 방문해 참가 기업들을 격려하고 일본 시장 진출 현황을 살폈다.

한국 피자 배달 문화를 바꿨던 작은 컵 하나. 30년 동안 오이 한 품목을 파고든 기업의 다음 시장은 이제 한국 밖이다. 유럽과 미국을 거쳐 일본까지. 한국의 식탁에서 시작된 '아삭한 한 입'이 이제 글로벌 바이어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글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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