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소재업체들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기존 범용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자 반도체 소재사업을 키우며 수익구조를 재편하는 등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약 340억원을 들여 증설한 경북 김천 2공장의 mPPO(변성폴리페닐렌옥사이드) 생산시설에서 시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mPPO는 AI(인공지능) 서버에 사용되는 고성능 PCB(인쇄회로기판)의 원료인 CCL(동박적층판)의 핵심 소재로 절전성능이 뛰어나다. AI산업 확대로 CCL 수요가 늘면서 mPPO 수요도 증가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파라아라미드 사업도 AI데이터센터 확대의 수혜를 보고 있다. 파라아라미드는 높은 강도와 탄성을 갖춰 광케이블의 인장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보강재로 사용된다. 여기에 폴더블폰(접히는 폰) 소재로 쓰이는 CPI(투명폴리이미드) 필름사업의 경우 최근 해외 신규 고객사를 잇따라 확보, 2018년 설비완공 이후 처음으로 올 상반기에 흑자를 냈다.
반도체 생산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전공정 소재도 화학업체들이 공략하는 시장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용 인산을 생산하는 OCI는 올 3분기 안에 생산능력을 기존 2만5000톤에서 3만톤으로 20%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고객사의 물량증가와 신규고객 확보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이다. OCI는 고순도 인산과 과산화수소, 초고순도 전자용 폴리실리콘, HCDS(반도체공정 전구체) 등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전공정 소재를 보유했다. 인산은 웨이퍼(반도체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 식각공정에, HCDS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박막증착 공정에 활용된다.
도레이첨단소재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이형필름 역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간 신호간섭을 막는 핵심부품이며 이형필름은 MLCC 제조과정에서 세라믹층을 얇고 균일하게 만드는데 쓰이는 공정용 소재다. 이에 대응해 회사는 이형필름 사업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현상액 핵심원료인 TMAC(테트라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의 판매량이 늘면서 롯데정밀화학의 올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껑충 뛰었다. 롯데는 현재 세계 1위 TMAC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2028년 2분기까지 증설 등을 통해 생산량을 16% 확대할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을 노리는 SKC의 유리기판 사업 자회사 앱솔릭스는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확보한 자금을 제품평가와 고객사 인증에 투입할 계획이다. 생산공정의 수율개선과 품질향상을 위한 일부 설비 및 장비 업그레이드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