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기술력 넘어 생산력… 미래 건 'CCL 베팅'

최경민 기자, 김도균 기자
2026.09.18 03:55

반도체PCB 핵심 소재… 자타공인 '50년 국산화' 이끌어
'AI인프라 투자' 박정원 회장 뚝심, 그룹 포트폴리오 확장

㈜두산 9700억원 규모 CCL 투자/그래픽=김지영

"이번 투자는 ㈜두산 자체사업과 관련해 사상 최대규모로 기술과 생산역량을 모두 갖춘 CCL(동박적층판) 공급사로서 입지를 굳히겠습니다."

두산그룹이 17일 국내와 중국의 하이엔드 CCL 생산라인 확장에 9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내놓은 출사표다. CCL은 반도체 패키지용 PCB(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소재다. 지난 50여년간 CCL 국산화를 이끌어온 두산의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특히 AI(인공지능) 가속기용 하이엔드 CCL은 초고속신호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요건으로 인해 소수기업만 양산할 수 있는데 두산은 이 분야의 '1순위 파트너'로 거듭났다.

두산은 한발 더 나가 메모리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쓰이는 CCL의 절연층 두께를 평균 18㎛(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13㎛까지 대폭 낮춘 기술 역시 확보하고 양산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다 생산물량까지 빠르게 늘려 급증하는 AI발 수요까지 잡겠다는 게 이번 대규모 투자의 목표다. 기존에 추진하던 국내 충북 증평 공장 및 중국 공장증설, 태국 공장신설 등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CCL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승우 두산 사장은 "AI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발주도 대형화하고 있다"며 "한발 앞선 투자로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해 고객신뢰에 답하고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박정원 회장 주도하에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AI 반도체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서 AX(AI 전환)를 가속화하자"고 당부한 데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야구장 회동을 하고 '반도체동맹'을 강화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두산이 만든 CCL의 주고객사다.

AI 산업성장에 필요한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으로 두산의 사업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두산은 2022년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올해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원 규모에 인수하는 계약을 하며 웨이퍼(반도체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 사업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SK실트론이 반도체 전공정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를 생산하고 두산 전자BG가 AI 반도체와 고속 네트워크에 필요한 CCL을 공급하며 두산테스나가 시스템반도체의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 등 후공정을 담당하는 구조다.

두산의 미래는 반도체를 넘어 AI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향한다. AI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가속기와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시장을 겨냥해 미국에서 스팀터빈 수주를 확대한다. 지난 3월 북미시장에서 370㎿(메가와트)급 스팀터빈·발전기 2기를 처음 수주한 데 이어 5월에는 같은 규모의 스팀터빈·발전기 각각 4기를 추가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기업 xAI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된 계약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SMR(소형모듈원자로)도 AI 시대 전력수요에 대응할 성장축으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전 핵심 주기기 제작역량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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