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하청노동자 사망 두달 만에 고개 숙인 HL만도…유족 "사과 못 받겠다"

성남=이정우 기자
2026.09.21 16:06
21일 경기 성남 판교 사옥에서 김승모씨 사망 사고 관련 사과 성명과 종합안전개선대책이 발표되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유족들이 기자회견장에 입장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HL만도가 20대 하청노동자 고(故) 김승모씨 사망 이후 두 달 만에 관련 입장을 밝혔다. 전 사업장 안전체계를 외부기관을 통해 전수 진단하고 안전보건 조직을 확대하는 내용의 종합안전개선대책도 내놨다. 다만 유족 측은 회사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HL만도는 21일 오후 4시 경기 성남 판교 사옥에서 김씨 사망사고와 관련한 사과 성명과 종합안전개선대책을 발표했다.

HL만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외부 안전 전문기관을 통한 전 사업장 전수진단 △안전 관련 특별예산 편성 △긴급 위험요인에 대한 '선(先)조치·후(後)보고' 체계 도입 △인체감지·이동형 CCTV 등 스마트 안전관리 확대 △노동조합의 위험성평가 참여 △협력업체 안전투자 지원 △안전보건 조직 확대 등을 추진한다.

특히 기존 안전관리 조직도 강화한다. 안전보건실을 새로 만들고 본사와 각 사업장의 안전인력을 충원한다. 본사에는 별도의 안전진단파트를 신설하고 사업장 안전환경팀에 속해 있던 안전보건파트는 별도의 안전보건팀으로 분리·격상해 조직의 독립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장의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 속도도 높인다. 기존에는 긴급한 현장 개선에도 예산 품의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위험이 확인될 경우 먼저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이후 보고하도록 절차를 바꾼다. 특별안전진단에서 확인된 위험요인에는 별도 예산을 투입해 개선한다.

협력업체 안전관리 지원도 확대한다. HL만도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지원하고 자체적인 안전투자가 어려운 업체에는 관련 투자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노사가 함께 사업장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세이프티 워크(Safety Walk)'를 도입하고 노동조합이 위험성평가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HL만도는 이번 대책의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고 경영진이 이행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대책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 여부도 검증한다.

HL만도 관계자는 "슬픔을 겪고 계신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회사는 이번 사고를 단순히 하나의 사고로 바라보지 않고 안전보건 조직과 관리체계, 현장의 실행과 투자 등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고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기자회견장을 찾은 유족과 금속노조 측은 회사의 사과 방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 측은 기자회견 일정과 사과 내용 등을 두고 회사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HL만도가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HL만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이라도 정식으로 유족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며 "이러한 사과는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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